"관광객들의 무분별한 조개 채취로 2∼3년 후엔 영종도 갯벌이 완전 황폐화될 겁니다."(국립수산과학원 서해수산연구소 담당자) "잘못된 자료 같은 데요. 확인해 볼테니까 일단 기사화는 미뤄주십시오."(해양수산부 담당자) 지난 12일 오전 해양부 산하 기관인 국립수산과학원에서 낸 3쪽 짜리 보도자료가 전 언론사에 배포됐다. 신공항 고속도로가 개통돼 영종도 갯벌을 찾는 휴일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오물 투기와 과도한 패류 채취로 갯벌이 회복불능 상태로 훼손되고 있다는 게 내용이었다. 추가 취재차 해양부에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담당자는 '지금 확인 중'이라는 뜻밖의 대답을 했다. "산하 기관에서 낸 자료를 담당 부처가 모르고 있는 게 말이 되느냐"라는 질문에 "글쎄 왜 그런 자료를 냈는지…"라는 볼멘소리를 했다. "대책은 없느냐"는 다그침에 담당자가 들려준 설명은 기자의 귀를 의심케 했다. "영종도 등 경인지역의 갯벌 생태조사는 내년으로 예정돼 있습니다. 타당성 조사가 끝나더라도 보호지역 지정은 내후년에나 가능할 겁니다." 갯벌 생태조사는 1999년 해양부가 수립한 '갯벌의 보전과 지속 가능한 이용을 위한 종합대책'에 따라 지역별로 순서가 정해졌기 때문에 당장엔 안된다는 답변이었다. 대책이란 상황이나 우선 순위가 바뀌면 그에 따라 수정돼야 제 가치를 갖는다. 신공항 고속도로 개통에 따른 관광객 증가라는 상황 변화로 영종도 갯벌 황폐화란 불이 발등에 떨어졌는데도 '내부 방침'을 이유로 조사를 미루는 것은 무책임하다. 더욱 실망스러운 것은 제 목소리를 담은 산하기관의 보도자료를 반박하는 데만 급급한 해양부의 태도였다. 산하기관이 중앙 부처의 '입맛'에 맞는 연구 자료만 내놓는다면 수백억원의 국민세금을 동원해 운영할 이유가 없다. 올해 국립수산과학원에 책정된 1백38억원의 연구비용은 혹시 있을지도 모를 제2,제3의 영종도 갯벌 사태와 같은 자연훼손을 막기 위해 국민으로부터 걷어들인 혈세다. 이정호 사회부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