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생산현장에서 여름을! 여름방학을 맞아 중소기업 생산 현장을 찾아 구슬땀을 흘리는 대학생이 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사가 중소기업청과 함께 벌이는 중활(중소기업 현장체험활동)이 활성화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번 여름방학동안에만 전국 2백20개 대학에서 1만1천2백명의 학생들이 중활에 참여했다. 대상 중기업체 수만도 3천3백여개에 이른다. 농촌지역에 국한됐던 대학생들의 여름방학 봉사활동이 이제 중소기업으로 확대돼 자리를 잡고 있는 셈이다. 주목되는 현상은 이공계 전공 대학생들의 중활 참여도가 매우 높다는 점. 전체 참가학생의 72%(8천64명)가 이공계다. 이들은 인력난에 허덕이는 중소기업을 위한 봉사활동을 겸해 생산현장의 분위기와 프로세스를 익히고 있다. 이 여름, 그들이 흘리는 굵은 땀방울은 '기술강국 코리아'의 믿거름이 돼 줄 것이다. 경기도 파주시 월롱면에 있는 선일금고제작. 연간 8백만달러 가량의 금고를 미국 등지로 수출하는 중소기업이다. 공장안은 '철커덕'하는 철판 잘리는 소리와 용접하는 소음으로 가득차 있다. 철판절단기, 절곡기, 용접기가 곳곳에 놓여 있고 가공된 부품은 컨베이어를 타고 이송된 뒤 금고로 조립된다. 이곳에서 안희준씨(경기도 포천 소재 경복대학교 컴퓨터공학과 1학년) 등 5명의 대학생들이 한달째 각 공정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대부분 이공계 학생들이다. '중활'에 참가한 이들 대학생들이 하는 작업은 주로 기능 인력을 돕는 것. 용접, 부품조립, 완제품 운반 등이다. 오전 8시30분에 작업현장에 투입돼 오후 7시30분까지 일을 한다. 변변한 냉방시설이 없는 생산현장이기에 '무더위'와도 한판 전쟁을 벌여야 한다. 그러나 이들의 서툰 '일손'조차 극심한 인력난으로 제품 납기일을 근근이 맞추고 있는 선일금고에는 '가뭄끝의 단비'가 되고 있다. 때로는 대학생들이 내는 번득이는 아이디어가 공정과 품질 개선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이들의 중활 참여 동기는 제각각이지만 한달 동안 현장체험을 통해 느끼고 배운 점은 엇비슷하다. 이들은 중소기업에 대한 시각이 바뀐 점을 가장 큰 변화로 꼽았다. "땀을 흘린 만큼 보람도 크다. 눈높이만 조금 낮추면 중소기업에도 많은 기회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조직이 작아 승진도 빠르고 다양한 기술을 습득할 수 있어 유리한 점이 많다."(윤상훈.성균관대 공학계열 1학년) 이선미씨(서울여대 생명공학과 2학년)는 "처음으로 땀흘려 일해 봤다. 중활을 끝내고 학교로 돌아가면 예전과는 다른 생활을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이 활력소 구실을 하자 무료한 작업현장에서도 종종 웃음꽃이 핀다. 뭔가 배우겠다는 대학생들의 진지한 자세도 직원들을 자극해 작업능률을 높여주고 있다. 안희준씨는 지난 한달동안 고참직원에게 매달리며 극성을 부린 끝에 이제는 '반(半)기능공'이 됐다. 용접은 물론 부품 조립까지 척척 해내며 기능공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김용호 선일금고제작 사장은 "대학생들이 부족한 일손을 메우는데 상당히 보탬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에서는 학생들의 중활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학점을 주는 사례가 늘고 있다. 성균관대 동국대 숭실대 등 50여개 대학이 중활을 학점으로 인정해 주고 있으며 점차 학점인정 대학이 늘어나고 있다. 파주=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