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나흘만에 하락, 최근 단기급등에 따른 조정국면을 연출했다. 역외선물환(NDF)정산관련 역내 매물, 전날 업체 네고 등이 시장에 물량 부담을 안겼다. 밤새 NDF시장에서도 장이 무거운 것을 확인한 시장 참가자들은 보유물량 처분에 나섰다. 매수세가 침잠한 탓에 공급우위의 장세가 드러났다. 최근 환율 급등의 주요인이었던 외국인의 주식순매도가 순매수로 전환, 달러에 대한 일방적인 구애가 꺾였다. 역송금수요의 등장도 미미했다. 달러/엔 환율은 저항선이었던 120.40엔을 뚫고 121엔대를 넘보기는 했으나 오름세가 주춤했다. 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제한돼 엔/원 환율은 100엔당 1,000원을 밑돌았다. 밤새 뉴욕 증시와 달러/엔의 동향에 촉각이 선 가운데 섣불리 방향성을 잡기 힘든 형국이다. 1,210원대의 두터운 매물벽을 확인했기 때문에 달러/엔 등의 다른 변수가 모멘텀을 제공할 지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6.00원 내린 1,203.20원에 마감했다. 장중 고점은 1,211.50원, 저점은 1,202.50원을 기록했다. 하루 환율변동폭은 9.00원으로 전날까지 나흘째 장중 10원 이상 이동하던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 벗어났다. ◆ 반등 추세는 유효 = 단기 급등에 대한 조정세가 펼쳐졌으나 달러/엔 환율의 상승세가 유효하다는 전망이 우세, 달러/원의 반등 추세도 아직 살아있다는 진단이 내려지고 있다. 다만 1,210원대에서는 적극적으로 팔겠다는 의사가 강해 상승은 제한받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어제 네고가 많았었는데 무리하게 들고가다가 달러/엔의 추가 상승이 쉽지 않으니까 이를 처분했다"며 "NDF시장에서도 올라가다가 물량을 맞고 내려섰음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뉴욕에서 증시나 달러/엔의 흐름이 중요하나 주가가 다시 반락할 수도 있기 때문에 방향성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며 "내일은 1,200원이 지켜질 것으로 보이며 일시적으로 내려가면 1,197∼1,198원, 위로는 1,210원에서 형성될 것"으로 전망했다. 외국계은행의 다른 딜러는 "어제 네고물량을 많이 받아놓아 일부를 NDF시장에서 처리했지만 달러매수초과(롱)상태로 이월돼 오늘 이를 덜어냈다"며 "어제 1,210원이 3번 막힌 데 이어 오늘도 비슷한 상황이라 1,210원대 매물벽이 두터움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차트상 1,209원이 완전히 뚫려야 1,218원까지 추가 상승이 가능한 그림"이라며 "달러/엔의 상승세가 살아있기 때문에 내일 1,200원은 지켜지고 1,200∼1,209원에서 등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 외인 6일만에 순매수 전환 = 외국인이 엿새만에 주식 '사자'에 적극 나서 외환시장의 달러매수(롱)심리를 누그러뜨렸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거래소에서 6일만에 주식순매수로 방향을 바꿔 673억원의 매수우위를 기록했다. 반면 코스닥시장에서 나흘째 '팔자' 공세로 79억원의 매도우위를 나타냈다. 전날 사상 최대규모의 주식순매도를 기록하는 등 닷새에 걸쳐 8,591억원에 달한 순매도자금에 따른 역송금수요는 이날 시장에 영향을 줄만큼 등장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달러/엔 환율은 이날 120엔대로 올라섰으나 달러/원은 반영 정도가 미약했다. 앞선 뉴욕에서 증시 급반등을 반영, 120.76엔을 기록한 달러/엔 환율은 이날 오름세를 유지, 121엔 상향을 시도했으나 여의치 않았다. 달러/엔은 도쿄장에서 한때 121.10엔까지 올라섰다가 120엔대로 반락했으며 런던장에서 추가 하락, 한국 시각으로 오후 4시 50분 현재 120.65엔을 기록중이다.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전날보다 0.80원 높은 1,210.00원에 출발한 환율은 9시 34분경 고점인 1,211.50원까지 올라섰으나 매물 공급으로 하락 반전, 43분경 1,207.20원까지 흘러내렸다. 이후 환율은 저가매수로 1,210.00원까지 잠시 올라선 뒤 차츰 반락, 10시 50분경 1,206.80원까지 밀렸다. 추가 하락이 저지된 환율은 다시 1,207∼1,208원을 오가다가 1,208.50원에 오전장을 마쳤다. 오전 마감가보다 1.00원 낮은 1,207.50원에 거래를 재개한 환율은 이내 1,207.30원으로 내려선 뒤 1시 47분경 1,208.50원까지 반등했다. 그러나 물량 부담이 가중되면서 환율은 2시 57분경 1,205.30원까지 떠밀린 뒤 저가매수세로 3시 18분경 1207.50원까지 반등하기도 했다. 이후 환율은 1,205∼1,206원을 오가는 횡보세에서 장 막판 보유물량을 덜어내는 움직임이 진전, 4시 28분경 1,202.50원까지 급락했다.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13억3,10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7억6,900만달러를 기록했다. 스왑은 각각 7,660만달러, 8,000만달러가 거래됐다. 8일 기준환율은 1,207.20원으로 고시된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