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에 저장된 정보를 빼내더라도 현행법상 절도행위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로 논란이 일고 있다. 대법원 3부가 컴퓨터에 저장된 설계도면을 출력해 훔친 혐의에 대해서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낸 것이다. 현행법의 한계라고 하지만 갈수록 중요해지는 정보가치를 고려할 때 그 파장이 작지않을 전망이다. 판결문에서 재판부는 "컴퓨터에 저장된 정보자체는 '재물'에 해당되지 않아 정보를 훔친 행위를 절도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했다. 이는 절도죄 대상이 유체물(有體物) 및 전기에너지와 같은 관리가능한 동력(動力) 등의 재물로 규정된데 따른 것이다. 현행법에 대한 해석에는 충실했는지 모르지만 정보가 일반재물보다 더 중요할 수도 있는 시대흐름에 동떨어졌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재판부가 "이런 정보를 복사하거나 출력했다고 해서 피해자 측에서 볼 때 정보가 없어지거나 이용 가능성이 감소되는 것도 아니어서 이같은 행위가 절도죄를 구성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한 것도 마찬가지다. 정보의 특성상 복사 e메일 촬영 등으로 유출돼도 원본의 손상이 없다는 바로 그 점 때문에 유출사실을 빨리 발견하기 어렵고 그래서 심각성이 더욱 크다면 특히 그러하다. 또 이용 가능성이 감소된 것이 아니라지만 향후 부정경쟁에 따른 손실 가능성은 간과한 게 아닌가 싶다. 재물을 좁게 정의한 절도죄(형법 329조)뿐 아니라 정보의 재산가치를 고려하지 못하는 비밀침해죄(형법 316조), 제3자로의 누설없는 정보절도는 처벌하기 어려운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등도 현실에 맞는 것인지 의문이다. 일본이 최근 '물건'을 부정하게 빼돌리면 절도죄가 적용되나 복사 메일 등을 통해 정보만 빼돌릴 경우 죄가 되지 않는 허점에 주목, 관련법 개정에 나선 건 그런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행법의 한계 때문이라고만 할게 아니라 지금이라도 법적 보완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