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守東 < 법무법인태평양 고문.前특허청장 > 위대한 국민은 원대한 꿈에서 나온다.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은 드레이크에게 '해적 특허증'을 부여했다. 그는 에스파니아의 신대륙 보물창고를 털어 영국으로 가져옴으로써 산업혁명의 종자돈 역할을 하게 했고,해상권도 장악함으로써 2백년에 걸친 팍스 브리태니카 시대를 열게 했다. 미국의 해군은 19세기 말 비밀보고서를 통해 파나마운하의 건설과 장악,하와이의 병합,필리핀의 할양을 입안했다. 이에 따라 프랑스로부터 운하건설권을 구입하고,하와이 실력 병탄(倂呑),미·스페인전을 통해 필리핀을 수중에 넣음으로써 태평양을 장악,1백년이 넘는 팍스 아메리카나의 초석을 깔았다. 일본의 기업인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마쓰시타 정경숙(政經塾)을 만들어 일본의 미래 정치·경제 지도자를 길러냄으로써 팍스 자포니카를 꿈꿨다. 중국의 지도자는 대만과의 2체제간 문제를 '헌법 1,2편'이라는 기발한 발상을 통해 2050년까지 통일을 실현해 나가기로 했고,동남부해안 중심의 개혁·개방정책 성공에 이어 '서부 대개척정책'을 펼쳐나감으로써 새로운 중화(中華)번영을 꿈꾸고 있다. 한국의 부상은 1950년대 원조의존농업경제,60∼70년대 하급품제조·수출경제,80∼90년대 중급제조·기술경제를 거쳐 2000년대 '지식기술·중급서비스경제'로 나가고 있다. 그 동안 급격히 진행돼온 경제개방의 속도와 폭에 비해 상응하는 구조조정의 속도와 폭은 느리기만 했다. 한국의 경제통상은 WTO협상을 통해 농업개방을 약속해 놓고서도 농업구조조정은 지지부진하기만 하다. 노임 경쟁력이 10배나 강한 중국 동남아국가를 코 앞에 두고 안전장치도 미진한 채 수입완전자유화는 현실로 다가왔다. 우리가 추진해오고 있는 '구조조정'은 IMF사태의 해결책으로 금융부문에만 미봉책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국가의 생산요소와 생산거점의 재배치,물류망의 재구성,소비권역의 변화를 포함하는 '총체적 국가능률 제고 계획'임을 인식해야 한다. 구조조정은 국민 모두의 동참 하에 조화롭게 펼쳐야 하며,시기가 있는 것으로서 이를 놓치면 선진국의 길은 그만큼 멀어지게 될 것이다. 팍스 코리아나의 실현을 위한 '10년 대계'의 '10대 과제'는 다음과 같다. 먼저 △10년 후 대한민국의 좌표를 '고부가 지식·서비스국가'에 둬야 한다. 실천을 위한 전략변수로서 IT NT BT 등 6T를 비롯한 첨단신기술,전통산업의 제조기술과 지재권,자체 브랜드와 디자인,연구기반,물류·금융의 중심거점을 집중 육성해야 한다. 다음으로 △전통제조업의 생산기지를 대륙으로 과감히 이전한다. 대상지는 러시아의 연해주지역,북한,중국,인도차이나의 베트남 미얀마,인도,우즈베키스탄을 잇는 중·동아시아 대륙이다. 그리고 △미국 EU 일본 등과의 관계를 첨단 기술협력국,서비스기술 도입국,중고급 전통제품 수출국으로 유지 발전시켜 나간다. 또 △농업인구를 3% 이내로 감소시키고,첨단농업과 농가공업으로 전통농업을 대체해 나간다. 상대농지를 농업연관 테크노파크 등으로 과감히 전환한다. 이 밖에 △GNP의 5%를 R&D자금으로 투자하고 △통상외교의 틀을 다시 짠다. 서구국가와 대륙 개도국 간 통상외교 비중을 대등하게 끌고 간다. 관념적 선진국 외교에 집착하지 않고,선발 중진국의 입장에서 선진국과 개도국 관심사항을 한국 실리에 따라 함께 고려한다. 그렇게 해야 개도국 소재 우리 기업들의 생산기지와 선진국 시장 사이의 한국 경제통상 실리를 지켜나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통상물류의 안전통행을 위해 해군력을 대폭 증강시키고 △재미교포 재일동포 조선족 라이따이한 등 재외동포의 참여를 유도한다. 끝으로 △전국의 대학 연구소 기업연수원의 교육 및 연구 과제의 초점을 전향적으로 조절하고 △이 같은 구상을 기획실천할 주체로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로 무장된 '한국사회의 신 지도층'을 형성해 나간다. 반만년의 역사 속에서 어렵게 잡은 용틀임의 모멘텀을 살려나갈 한국사회 신 지도층의 각성과 행동이 절실한 때다. sdk@lawyers.co.kr◇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