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마늘수입에 따른 피해조사 신청을 기각시킨 무역위원회의 전성철 위원장이 30일 사표를 제출해 관심을 끈다. "무역위원회의 심의과정에서 위원회가 충분히,또 진지하게 고민하고 생각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해 위원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는 게 본인이 밝힌 사퇴의 배경이지만 아마도 마늘농가의 애로는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은폐파문을 겪으면서 정부 대책이 미리 제시됨으로써 기각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던, 다시 말하면 독립적 판단을 할수 없었던 위원회의 고충을 이런 형식을 통해 표출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가 전 위원장의 사퇴에 관심을 갖는 것도 바로 그 대목이다. 전 위원장은 "아직도 무역위원회를 행정의 하위개념으로 보고 그의 독립성 자율성 전문성에 대해 지극히 인색한 것이 작금의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비단 무역위원회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행정부 내에 설치돼 있는 수많은 위원회가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고민이자 제약이라고 본다. 위원장 선출문제로 정부와 민간위원들간 갈등을 겪었던 공적자금관리위원회의 민간위원인 김승진 변호사도 사의를 표명했다고 한다. 표면적으로 내세운 이유가 무엇이건 간에 문제의 본질은 전혀 다르지 않다는 게 우리 생각이다. 현재 법령에 의해 설치된 위원회는 모두 3백64개에 이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그 가운데 무역위원회 등 35개 위원회는 법률에 근거를 두고 행정기능과 준입법권·준사법권을 갖는 합의제 행정기관이고,나머지는 행정기관에 부속하여 자문·심의 등을 수행하는 자문위원회다. 사실상의 행정기관이면서도 위원회 형태를 취한 것은 의사결정의 공정성과 독립성,전문성을 제고할 수 있는 장점 때문이다. 그런데도 합의제 행정위원회가 독립적 의사결정 등의 장점을 살리지 못한다면 그 위원회는 있으나마나 한 조직에 불과하다. 이번 무역위원회의 중국산 마늘 수입피해조사 기각결정이 바로 그런 사례 가운데 하나가 아닌가 싶다. 또 의견수렴을 이유로 걸핏하면 설치하는 각종 자문위원회도 꼭 필요한 것들인지 함께 점검해 봐야 할 것이다. 정부 또는 각 부처가 책임회피의 방편으로 남발하고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98년 이후에만 모두 10개의 합의제 행정위원회가 신설됐고,그로 인해 행정부내의 업무중복으로 인한 마찰 증폭과 조직 비대화 등 비효율을 초래한 부작용도 만만치않은 게 사실이다. 차제에 각종 위원회가 과연 얼마나 제기능을 다하고 있는지 전면적으로 재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