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업체들이 소비자의 감성에 호소하는 마케팅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제품을 소개하는 도중에 드라마 인형극 영화 등 다양한 형태의 프로그램을 방영해 제품을 부각시키는 사례가 늘고 있다. 단순히 제품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보고 시청자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줌으로써 제품을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전략이다. LG홈쇼핑은 최근 자식이 부모에게 보낸 편지를 상품 판매에 응용했다. 프로그램은 고향집 툇마루에 노부모가 앉아 집 떠난 자식의 편지를 읽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성우의 목소리를 타고 부모의 안부를 묻는 애절한 내용이 흐른다. 편지와 함께 보낸 홍삼농축액 상품이 클로즈업되고 화면 밑에는 주문전화번호가 깔린다. LG홈쇼핑 관계자는 "이 프로그램이 나간 뒤 시청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며 "놀랄 정도로 대폭 늘어난 것은 아니지만 평소보다 많이 팔렸다"고 말했다. 현대홈쇼핑은 지난 17일 인형극 형식의 삼계탕 판매 프로그램을 내보냈다. 아들이 몸져 누운 어머니를 위해 삼계탕을 구하러 간다. 아들이 마련한 삼계탕을 먹은 어머니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 덩실덩실 춤을 춘다. 이 프로그램은 80년대 초 인기를 끌었던 TV 인형극 '모여라 꿈동산'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졌다. 특히 인형의상을 입은 모델들의 익살스런 연기로 호평을 받았다. 현대 관계자는 방송 40분만에 1천세트 가량의 삼계탕을 판매했다고 밝혔다. CJ39쇼핑은 홈쇼핑 상품권 판매 프로그램을 드라마 형식으로 만들어 상품권 수요가 많은 시기에 내보내고 있다. 서울에 사는 주부가 고향에 사는 친정 어머니에게 상품권을 보낸다. 어떤 물건을 살까 고민하던 어머니는 결국 손자에게 줄 선물을 서울로 부치고 딸은 물건을 받아들고 눈물을 흘린다. CJ39쇼핑 관계자는 "드라마를 통해 제품 판매는 물론 상품권의 사용방법까지 소개할 수 있었던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의류를 팔기 위해 영화의 한 장면을 연출하거나 공연을 보여주면서 물건을 홍보하는 등 다양한 방법이 동원되고 있다. CJ39쇼핑의 윤성용 방송사업부장은 "프로그램이 재미있어야 고객들이 TV를 눈여겨 보게 되고 구매도 이뤄진다"며 "고객들의 이성과 감성에 동시에 호소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