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하루새 20원 가까이 올라 1,190원대에 착지했다. 전날 사흘만에 하락했던 환율은 엔화 약세의 급진전 등 상승 요인의 결집으로 하루만에 흐름을 뒤집었다. 장중 이동거리가 22.80원에 달하는 등 롤러코스터 장세가 연출됐으며 시장은 패닉에 가까운 불안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미국 달러화는 강세 전환의 기미를 다시 선보이며 달러/엔 환율이 117엔대로 급반등했다. 역내외 할 것 없이 달러매도초과(숏)상태를 커버하기 위한 매수에 나섰고 3,500억원에 육박한 외국인 순매도 역시 상승요인으로 부각됐다. 개장초 SK텔레콤 지분 매각에 따른 물량과 월말을 앞둔 네고물량이 공급되기도 했으나 폭등하는 환율 앞에 매도세가 일시적으로 자취를 감추기도 했다. 다음주 환율을 놓고 하락 추세에 '의심'이 생기고 있다. 단순 반등에 따른 조정인지, 추세 전환의 신호탄인지 쉽게 가늠이 어려운 가운데 일부에서는 1,200원을 인식 속에 넣고 있다. 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19.50원 오른 1,190.40원에 한 주를 마감, 종가기준으로 지난 8일 1,191.40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가리켰다. 이날 전날 종가대비 상승폭은 지난해 4월 3∼4일 1,343.70∼1,365.20원의 21.50원이후 가장 큰 것. 장중 고점은 1,193.00원으로 지난 8일 1,200.40원까지 올라선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었으며 저점은 1,170.20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하루 환율변동폭은 22.80원으로 지난해 1월 3일의 23.00원이후 이자 연중 최고치. ◆ 1,200원대 인식 = 시장의 딜레마가 심화됐다. 1,160원대의 단기 바닥권에 대한 인식이 강한 상태에서 며칠에 걸친 조정 예상이 우세했던 시장의 관점은 이날 거칠 것 없는 폭등으로 향후 추세에 대한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 것. 시장 참가자들은 일방적인 하락추세에 대한 '균열'이 일부 자리잡기 시작했다. 또 트렌드에 기대기 보다 물량 확인이 우선시돼야 함을 인지했다. 향후 1,170원을 깨기 위해서는 수급파악 및 시간조정이 필요함을 느낀 것. 이같은 인식은 다음주 환율이 1,170원에 대한 지지력 확인과 동시에 1,200원으로 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준 것으로 판단된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상당히 과열되긴 했으나 1,184원으로 떨어졌다가 1,190원대를 다시 회복한 것을 보면 조정이 확실하게 이뤄진 것"이라며 "달러 약세가 강세로 전환될 조짐이 있고 단순 반등인지, 추세전환인지 단언이 어렵기 때문에 다음주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SKT 물량의 경우 정부에서 시장 중립적으로 처리하겠다고 했으나 결국 이를 매입해야 함을 감안하면 개입 여력은 약화된 셈"이라며 "다음주 1,180∼1,200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다른 은행의 딜러는 "기본적으로 달러/엔이 혼조세라서 오늘 장세로 트렌드가 위로 갔다고 보긴 어렵다"며 "물량을 확인해야 함을 주지시켰으며 다음주는 그간 1,170원이 계속 막혔음을 감안하고 1,200원까지 바라볼 수 있는 장세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 역내외 손절매수 봇물 = 앞선 날까지 SK텔레콤의 지분 매각 예상에 따라 미리 달러매도에 나섰던 세력들이 개장초부터 달러/엔의 상승으로 강하게 달러되사기(숏커버)에 나섰다. 개장초 특히 SKT의 물량이 2억달러 이상 나온 것으로 알려졌으나 역외매수세가 들러붙자 달러매도초과(숏)상태가 깊었던 세력들의 되감기가 급격하게 진행됐다. 일부 자동차업체의 매물이 있었으나 급등하는 환율 탓에 매물 공급은 수월치 않아 팔자 세력이 한동안 사라지기도 했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달러되사기(숏커버)에다 역외에서 되감는 통에 물량이 대거 흡수됐다"며 "1,180원대에서 일부 자동차업체 물량 등이 출회됐으나 이는 물량을 채워준 것에 그치며 한때 패닉(공황)에 가까운 상태까지 다다랐다"고 전했다. ◆ 달러/엔 117엔대 급등 = 달러화가 밤새 약세에서 강세로 재전환, 혼조세를 보였다. 특히 엔화에 대해 강세를 보여 1엔이상 올라 117엔대로 올라섰고 유로화에 대해 장중 1달러 밑으로 내려서기도 했다. 전날 뉴욕에서 증시 하락과 내구재주문 감소 등으로 116.36엔으로 하락한 달러/엔 환율은 이날 개장초 일본정부의 구두개입 등으로 반등세를 시현, 117엔대로 진입했다. 달러/엔은 오후장에서 반등세를 강화, 장중 117.81엔까지 올라서기도 했으며 오후 5시 19분 현재 117.30엔을 기록중이다. 아시아지역에서 미국 뮤추얼펀드의 대규모 환매가 급증하고 닛케이지수의 급락에 따른 엔화매도가 크게 강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9일째 주식순매도 공세를 이으며 거래소에서 지난 3월 14일 3,643억원에 이어 연중 두번째인 3,337억원, 코스닥시장에서 123억원의 매도우위를 기록했다. 최근 9일간 거래소시장에서 외국인의 순매도는 9,626억원으로 1조원에 근접했다. 이같은 대규모 순매도분 일부가 역송금수요으로 축적, 환율 상승요인이 됐으며 심리적으로 달러매수에 나서게끔 부추겼다.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전날보다 0.10원 높은 1,171.00원에 출발한 환율은 9시 37분경 1,172.30원까지 올랐다가 SK텔레콤 지분 매각 성공 소식으로 56분경 이날 저점인 1,170.20원까지 내려서는 등 한동안 보합권에서 공방을 벌였다. 그러나 달러/엔의 급반등과 주식순매도 확대로 환율은 1,180원대로 진입한 뒤 한동안 1,180∼1,182원에서 움직이다가 11시 58분경 1,184.00원까지 속등한 뒤 오전장을 마쳤다. 오전 마감가보다 0.50원 높은 1,184.50원에 거래를 재개한 환율은 급등 가도를 타며 2시 31분경 1,191.90원까지 상승했다. 이후 환율은 업체 네고와 과매수 처분으로 반락, 2시 59분경 1,184.00원까지 흘러내렸으며 한동안 1,185원에서 숨고르기를 거쳤다. 그러나 역외매수세의 재개로 급등세를 다시 보인 환율은 4시 26분경 1,193.00원까지 치달은 뒤 반락했다.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20억5,01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10억9,570만달러를 기록했으며 스왑은 각각 4억7,470만달러, 4억5,400만달러가 거래됐다. 29일 기준환율은 1,180.00원으로 고시된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