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ident@kup.co.kr 요즘 세상 돌아가는 재미난 얘기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친구의 아버지 얘기다. 이 분은 교육감을 하다 정년 퇴직하셨다. 부인을 일찍 사별해 오랫동안 혼자 계셨다. 그래서 친구 부인이 아버님 댁에 가서 세탁과 반찬을 도맡아 하느라 여간 고생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가 파출부를 쓰겠다고 하셨다. 이 말은 들은 친구 부인은 너무 좋아서 밤잠을 설쳤다고 한다. 그리고 몇 개월후 아버지가 가족들을 어느 음식점에 모이게 했다. 그 때 아버지가 50대 정도의 여자분을 소개하면서 "내가 너무 외로워 이 사람과 함께 살 것"이라고 말씀하셨고 모든 식구들은 이구동성으로 축하했다. 며느리들은 이제는 아버지한테 신경을 안 써도 되니 얼마나 좋으냐며 입을 모았다. 얼마 후 이번엔 큰아들이 형제들을 불러 저녁이나 같이 하자고 했다. 그 자리에서 형은 "아버지도 망령이시지,그냥 부인을 데리고 살면 되지 무슨 혼인신고까지 하셨냐"고 아버지를 성토했다. 모두들 조용해졌다. 혼인신고를 하면 우리에게 돌아올 재산 상속은 어떻게 되나하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며느리들도 조용해졌다. 그리고 그 다음주에 아버지 댁을 방문,형제들의 생각을 말씀드렸더니 아버지는 처음에 아무 대답이 없으셨다. 그리고 "내가 죽으면 연금은 부인한테 이어지니 죽어도 걱정 없다"는 말씀을 하셨다. 오십 넘은 부인이 월 2백만원 정도 받으니 편안히 여생을 지낼 것이라는 말씀이었다. 그리고 또 한마디 하셨다. "야 이놈들아,누가 칠십 먹은 노인네한테 젊은 여자가 시집오겠느냐.너희들보다 연금이 더 효자지"라고 덧붙이셨다. 지금 우리는 물질이 있는 곳에 마음이 있다는 성경구절이 꼭 맞는 세대다. 우리가 중요하게 여겼던 효(孝)사상도 희미해졌고 부모를 모시는 의무감도 적어졌다. 노인들은 현실적으로 외롭고 기댈 데가 없어졌다. 물질만능의 디지털 세계가 이렇게 우리를 변하게 했다. 성경의 십계명 중 유일하게 실행하면 보상이 따르는 내용이 있다. 부모에게 효도하면 이 땅에서 오래 장수하고 부자가 되게 해 준다는 계명이다. 연금 받는 노인이 재혼대상 일등신랑이 아니고,효도하는 자손을 가진 노인이 일등신랑인 세상으로 됐으면 한다. 이제는 우리가 예전에 가졌던 효의 정체성을 바로 찾아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