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 손해보험사들이 자동차보험 최초 가입자에게 적용하는 경력 요율을 일제히 낮춘 것은 손보업계 전체가 가격인하 경쟁에 뛰어든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자동차보험 시장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1위업체 삼성화재가 최초 가입자에 대한 적용 요율을 낮추기로 하자 대부분의 업체가 뒤따라 요율 인하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지배력이 큰 손보사가 먼저 가격을 낮추면 나머지 손보사도 함께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왜 낮췄나 =최초 가입자 시장은 경쟁이 치열하다. 계약 건당 보험료가 많은 데다 단골 고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작년 8월 자동차보험 자유화가 시행되자 쌍용화재가 최초 가입자에 대한 경력 요율을 1백40%로 크게 낮춘 것도 이 시장을 공략하려는 마케팅 전략의 일환이었다. 보험료 차이가 수십만원씩 나다 보니 쌍용화재를 찾는 고객이 점차 늘어났다. 쌍용화재는 지난 5월 말 현재 최초 가입자 유치 실적이 6만건(보험료 4백80억5천만원)으로 전년 5월 말에 비해 2.5배 가량 증가했다. 영업 현장에서 계약을 유치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된 대형 손보사들이 일제히 최초 가입자의 보험료를 내린 것은 쌍용의 저가 정책에 맞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볼 수 있다. 손보업계는 이번 가격인하로 연간 7백40억원 가량의 수익 감소를 예상하고 있다. ◆ 보험료 인하 경쟁 확산되나 =자동차보험 자유화가 1년을 맞고 있는 상황에서 한 차례 더 보험료 인하 경쟁이 재현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손보사들은 지난 1년 동안의 손해율 등을 따져 8월 말께 새로운 요율의 상품을 선보이게 된다. 이 과정에서 일부 중소형사가 특정 계층을 붙잡기 위해 저가 정책을 구사할 수 있다. 파격적인 보험료 인하로 최초 가입자 시장을 공략해온 쌍용도 시장 점유율을 더욱 확대할 수 있는 영업 전략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삼성화재가 가격보다는 서비스 중심의 마케팅 전략을 유지할 경우 보험료 인하 경쟁은 제한적인 수준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최초 가입자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보험료 인하는 자칫 연쇄적인 가격인하를 불러와 전체 손보사 경영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