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이 끝난 지 1주일여가 지났지만 월드컵 얘기는 끝날 줄 모른다. 특히 히딩크 감독에 대해선 더 그렇다. 글깨나 쓰는 사람치고 히딩크를 들먹이지 않는 이가 없을 정도다. 포스트 월드컵 대책을 논하는 정부 회의에서도 '히딩크 방식'이 보통명사처럼 쓰인다. 왜 그럴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히딩크를 예로 들면 '아주 쉽기' 때문이다. "기초에 충실하라" "공평하게 선발하라" 등 당연한 얘기들도 히딩크가 했던 방식과 월드컵 경기를 예로 들면 생생하게 들려온다. 히딩크는 아주 훌륭한 '이야깃거리'내지 커뮤니케이션 매개체인 것이다. 경영학자들은 CEO(최고경영자)가 갖춰야 할 필수 덕목 가운데 하나로 '이야기꾼'을 든다. 스웨덴 스톡홀름대의 요나스 리더스트럴러 교수는 "진정한 리더는 최고 이야기꾼(CSO:Chief Storytelling Officer)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은퇴한 잭 웰치 전 GE 회장이 후계자를 결정할 때 가장 중시한 것도 바로 '대중 연설과 프레젠테이션 능력'이었다. 주주들을 설득하고 종업원들을 흥분시킬 수 있는 설득력이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그렇게 뽑힌 제프리 이멜트 현 회장은 웰치 만큼이나 '말발'이 센 것으로 유명하다. 사장은 자신의 생각과 포부,회사의 전략과 계획이 직원들에게 제대로 전해지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커뮤니케이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애초에 의도했던 결과물은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몇마디 던지고 마는 권위적 CEO가 있는 회사엔 토론문화란 없다. 이런 풍토에서 창의성이나 자발성은 자라나지 않는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적확한 예화(anecdote)다. 자신의 얘기를 들려주되 건조한 연설이 아니라 재미난 비유를 보여주는 것이다. 고 이병철 삼성창업주의 '메기론'이 지금도 자주 인용되는 이유는 얘기가 그럴듯 하기 때문이다. 사내에 경쟁분위기를 조성해야 회사도 더 발전할 수 있다는 얘기는 재미도 없고 감동도 적다. 그러나 메기를 풀어놓으면 위기의식을 느낀 미꾸라지들이 살아남기 위해 더 열심히 움직이고 결국 살도 더 통통하게 찐다는 예화는 명쾌하다. 어느 쪽이 전파력이 강할지는 따져볼 필요도 없다. 사장은 자신만의 목소리로 회사의 비전과 나아갈 방향을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 거기에 더해 결정방식이 일관되고 인간적인 설득력까지 갖고 있다면 금상첨화다. 경영진의 뜻이 물 흐르듯 돌아다니는 회사를 꿈꾼다면 사장이 먼저 이야기꾼이 돼야 한다. 직원들이 '사장님 얘기'를 듣고 싶어할 정도가 돼야 이상적이다.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