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 약세 흐름이 점차 굳어져 가고 있는 양상이다. 엔화에 대해서는 달러당 1백20엔 붕괴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 지고 있고 유로화에 대해서는 1대1의 균형환율 복귀가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다. 원화에 대해서 역시 대부분 전문가들이 금명간 달러당 1천2백원 이하로 내려설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지난 주말엔 서울 외환당국이 강력하게 개입하면서 원화환율이 달러당 1천2백4원으로 물러섰지만 외국인 주식투자가 다시 늘어나고 있고 무역흑자 등 제반요인들이 원화강세쪽으로 기울어 있음을 감안하면 역시 달러당 1천2백원을 고수하기란 쉽지 않다고 봐야 할 것이다. 더욱이 미국 고위 당국자들이 환율은 시장에서 결정된다는 논리로 달러 약세를 용인하는 듯한 입장이고 일본 당국 역시 달러당 1백15엔을 마지노선으로 거론하는(시오카와 재무상 발언) 상황이어서 특별한 상황 변화가 없는 한 하반기에도 상반기와 같은 달러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우리경제가 달러 약세 현상에 충분하게 대비하고 있느냐는 점이다. 달러 약세가 대미수출 위축을 초래하는 것을 상쇄할 정도로 여타 지역에 대한 수출을 확대할 수 있는 전략이 마련되어 있는지부터가 우선은 의문이다. 수출지역을 다변화하는데는 판매망 확충 등 인프라 구축에 적지 않은 비용과 시간이 요구되는 만큼 지금이라도 치밀한 지역별 전략을 세워 대응할 필요가 있다. 환차손을 줄이는등 결제통화를 다변화하는 문제 또한 시급하다. 1천1백억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고 대부분을 달러화 표시 자산에 투자하고 있는 정부도 그렇지만 기업들 역시 수출입 결제 대부분을 달러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유로와 엔화 결제비중을 늘리는 등 외환 포트폴리오 재편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특히 새로운 국제통화로 부상하고 있는 유로화에 대해서는 이에 걸맞은 비중확대가 요망된다. 유로화 강세가 영국 등 비유로국들의 유로화 도입을 앞당길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대외 가격변수의 급격한 변동이 기업경쟁력,나아가 국가경쟁력에 손상을 가져오지 않도록 부문별로 외환관리에 총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기업들은 내부 환율을 한단계 낮춘 상태에서도 이익이 확보되는지 수시로 시뮬레이션을 해봐야겠고 정부 또한 달러화 약세의 긍정적 효과만 강조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불요불급한 달러유입이 최소화되도록 외환수급을 조절하는 등 대책을 추진해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