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대학은 커리큘럼상 실습병원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현행법상 보건의료계통의 대학병원은 영리기관으로 취급되고 있어 재단서 병원설립을 꺼리고 있습니다. 그 결과 저희 대학 학생들은 주변의 다른 병원에 가서 실습하고 있습니다.


의과대학 부설 대학병원처럼 보건의료계통 병원도 교육기관으로 인정해 주십시오."(H대 H총장)


"대학원 과정만 운영해야 할 모 대학원대학이 정보통신부 기금을 받아 IT(정보기술)관련 학부 과정을 신설했습니다.


결국 우리 대학처럼 IT관련 학과를 갖고 있는 주변의 일반 대학들은 우수한 학생들을 빼앗기게 됐습니다.


교육부가 이런 것도 막아주지 못하면 어떻게 합니까."(C대 L총장)


"앞으로 상당기간 대학 입학정원을 동결한다고 하는데 사이버대학이나 대학원대학의 경우는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또 대학에서도 수익사업을 할 수 있게 된다는 소리가 있는데 그게 사실입니까."(S대 L총장)


지난 4일 제주에서 열린 2002년 하계 대학총장 세미나에 참석한 전국 1백94개 대학 총장들이 이상주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던진 건의와 질문들이다.


이 부총리는 이날 오후 세미나에 참석,50여분에 걸쳐 기조연설을 했다. 평소 보기 힘든 부총리를 가까운 자리에서 만나게 됐기 때문인지,아니면 대학 총장만 17년을 지내 총장들의 어려움을 잘 이해해 줄 것 같아 푸념이라도 하고 싶었던지 총장들은 이 부총리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앞다퉈 손을 들었다. 하지만 총장들의 건의 내용은 대부분 '민원사항'이었고 질문은 자신의 소속 대학에 국한된 '지엽말단'적인 것들이었다.


물론 그동안 교육부 관료들과 얼마나 말이 안통했으면 공개석상에서 부총리에게 저렇게 하소연할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이날 총장들의 질문과 건의 내용은 부총리의 기조강연 주제인 '학문적 수월성 실현을 위한 대학정책의 방향' 및 세미나 주제인 '대학 경영혁신 전략과 새로운 리더십' 그 어디에도 걸맞지 않았다.


교육부에 전화 한 통화하거나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알 수 있는 내용을 묻는 총장들의 모습도 이해하기 힘들었다.


우리 대학 수준이 총장들의 질문 수준과 무관한 것 같지 않아 씁쓸할 따름이다.


제주=이방실 사회부 기자 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