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2분기 이후 잠시 증가세로 돌아선 듯 싶던 수출실적이 지난달엔 다시 불안한 조짐을 보이고 있어 걱정이다. 작년 6월에 비해 0.5% 증가했다고 하지만 비교시점인 작년에 수출이 극히 부진했던 점을 감안하면 올 6월 수출실적은 매우 저조한 셈이다. 정부는 그 원인을 지방선거와 월드컵 응원으로 인한 조업일수 단축, 일부 대형 사업장의 파업 등 일시적인 요인 탓으로 돌리고 있다. 그리고 휴일을 감안하면 하루평균 수출은 그런대로 괜찮고 IT제품 수출 또한 호조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하반기엔 두자릿수 수출 증가율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러나 이같은 정부시각은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달러가치 하락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데다 미국의 경기회복세가 지지부진하고 국내적으로도 선거와 노사마찰 등 불안요인이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당장 수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환율인데 지금 추세대로라면 원화환율이 달러당 1천2백원선 밑으로 떨어지는 건 시간문제일 뿐이다. 그렇게 되면 수출채산성이 급격히 악화돼 올 하반기 이후 수출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이 분명하다. 따지고 보면 지난 4월과 5월의 수출이 증가세로 돌아선 것도 환율 덕분이라고 봐야 한다. 4월 중순 이후 달러가치가 예상보다 훨씬 가파르게 떨어지자 기업들이 수출을 앞당기는 바람에 수출이 일시적으로 증가한 것일뿐 수출사정이 근본적으로 호전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호전되기는커녕 수출시장 상황은 악화되고 있다. 우선 우리제품의 수출단가는 지난해 13.1% 하락한 데 이어 올 들어서도 지난 4월까지 8.7% 떨어졌다. 지역적으로도 최대 수출시장인 미국에 대한 수출은 지난 한햇동안 마이너스 17%를 기록했고 지난달에도 10.7% 감소하는 등 극히 부진한 형편이다. 게다가 연쇄적인 경제위기 탓으로 중남미 지역에 대한 수출도 급속도로 위축되고 있다. 이런 마당에 미국발 금융불안이 심화될 경우 수출은 물론 자칫 우리경제 전반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그렇다면 정부당국이 수출보험 요율 인하와 보험규모 확충,설비투자 세액공제 연장 등 다각적인 수출지원 방안을 강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한가지 강조할 점은 이런 때일수록 우리는 생산성 향상과 노사화합에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월드컵 이후로 미뤄졌던 임단협 협상이 본격화되면 노사마찰이 증폭될 우려가 있는데다 올 하반기 8·8 재보선과 연말 대선이 예정돼 있어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