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에게 최고로 사랑받는 브랜드,제일 사랑받는 기업을 만들어야죠." 최근 국내 최대의 란제리 회사 비비안의 대표이사로 선임된 김진형 신임 사장(47)의 취임 일성이다. 김 사장은 1978년 입사 이후 25년 가까이 비비안에서 여성용 속옷을 판매해온 정통 '비비안맨'. 말단 영업사원으로 출발해 상무·전무이사를 거쳐 최고경영자의 자리까지 차근차근 밟아올랐다. '샐러리맨의 꿈'을 일궈낸 주인공 김 사장은 입사 때부터 줄곧 유통 영업을 맡았다. 입사 당시 남영나일론이었던 회사가 원단이나 원사 사업을 하는 줄 알았던 그는 얼마 후 공장견학을 가서야 회사의 '실체'를 알았다. 1천명의 여공들이 재봉틀을 돌려 브래지어를 만드는 장면을 보게 된 것. 영업사원 시절엔 동인천 지하상가 대리점에 물건을 배달하던중 박스에 수북이 담겼던 브래지어와 팬티를 지하보도에 우르르 쏟아 웃음거리가 된 적도 있다. 김 사장은 브랜드 이미지를 중시한다. 1998년에는 우여곡절을 겪으며 쌓은 속옷 영업에 관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유통망과 브랜드를 정비하기도 했다. 제품 고급화와 매장 대형화를 겨냥,2천개 매장을 3백개로 정비하고 백화점 비중을 점차 늘려 고급 이미지를 쌓아나갔다. 김 사장은 "앞으로도 단기 매출에 연연하지 않고 브랜드 파워를 키우는 데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물러날 때 '브랜드 가치가 확 높아졌다'는 평가 만큼은 꼭 받고 싶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대한민국 여성 모두가 고객이라고 믿고 있다. 그래서 만나는 여성마다 "우리 속옷을 입으라"고 권한다. 갈비집에서 서빙하는 아주머니에게도 결코 반말을 하지 않는다. "5백원짜리 판탈롱 스타킹을 사 신는 여성도 소중한 고객"이라는 생각에서다. 사내에서는 '일벌레'란 말을 들을 정도로 매사에 열성적이다. 지난 25년간 여름휴가를 단 한차례 다녀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짐작이 간다. 그는 "무엇보다 사원들의 주인의식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무슨 일을 하든 맡겨진 일을 자기 일로 여기고 일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분명 다르다"고 덧붙였다. 김 사장은 "몇년전까지만 해도 여성들의 '사이즈'를 정확하게 맞췄는데 요즘엔 힘들다"며 웃는다. 아울러 "브래지어가 우리 회사의 '볼룸포에버'처럼 워낙 자연스럽게 나오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며 제품 PR도 잊지 않았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