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증시 주가는 26일 54포인트나 떨어지는 대폭락세를 보였다. 장중 한때 지수 700선이 붕괴되기도 했다. 국내요인보다 미국증시의 악재 탓이라고는 하지만 향후 우리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밑바탕에 깔려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공교롭게도 이날 정부는 하반기 경제운용계획을 발표했다. '수출과 투자가 본격 회복될 것'을 전제로 '거시정책의 안정적 운용을 통해 수출·투자·내수간 균형된 적정성장을 도모'하겠다는 비교적 낙관적인 전망을 기본방향으로 잡고 있어 묘한 대조를 이뤘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경제현실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 너무 낙관적인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수출과 투자가 본격적으로 늘어날 것이란 전망부터가 지금으로선 매우 불투명하다. 미 달러화 약세의 영향으로 원화 강세 추세가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어 수출에 미치는 악영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증시 기력이 충분히 회복되지 못할 경우 기업들의 자금조달에도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해 투자가 늘어나리란 보장이 없다. 특히 미국 등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고, 일본이나 유럽의 경기회복도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유가상승, 반도체가격 하락 등 우리에겐 달갑지 않은 소식들 뿐이어서 걱정스럽다. 정부는 상반기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높게 나오자 내수과열이란 판단하에 적정성장을 유도하고 물가관리에 역점을 두겠다는 의중을 내비쳤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당연한 정책방향이라고 본다. 그러나 반대의 상황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상반기 성장내용을 보면 내수 가운데에서도 주택건축과 서비스업 위주로 이뤄졌다. 따라서 국제경제 여건이 악화돼 주택 등 자산가격의 급락이 나타날 경우 경기 급랭을 초래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현재의 소비와 성장은 거품으로 볼 수 있지만 그 거품이 급격히 꺼질 경우의 정책대안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 더구나 올 하반기는 연말 대선을 앞두고 있어 갖가지 경제외적 불안요인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선거를 틈탄 노사관계 불안과 집단이기주의의 심화 등은 불을 보듯 뻔하다. 여기에 공직사회의 복지부동이 재연된다면 정말 큰 일이다.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월드컵 열기를 생산적 에너지로 전환시키기도 어렵다. 하반기 경제정책 운용을 낙관적인 판단에 기초하거나 안이하게 대응해선 안된다. 당장 눈앞의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주가폭락사태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는 일부터 서둘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