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년엔 나도 안정환 못지 않았는데….' 한때 그라운드를 누볐던 축구선수 출신 은행원들은 요즘 국가대표팀의 승승장구에 덩달아 힘이 솟는다. 유독 은행에 축구선수 출신이 많은 것은 과거 대부분 은행이 축구부를 갖고 있었기 때문. 일례로 제일은행에서만 14명의 축구선수 출신이 지점장을 하고 있다. 축구선수 출신 은행원으로 대표적 인물은 국민은행의 김재한 강동지역본부장(55)이다. 1972년부터 1979년까지 국가대표를 지낸 김 본부장은 옛 주택은행 축구팀 감독을 끝으로 은행원으로 재출발했다. 그 때 나이가 42세. 늦깍이 은행원이었지만 국가대표 출신답게 단연 두각을 나타내 10여년 만에 임원급인 지역본부장까지 올라왔다. 현역시절 '쌕쌕이'란 별명이 붙었던 김진국씨(51)도 1983년 옛 국민은행에서 선수복을 벗고 금융인으로 변신했다. 국민은행이 주택은행과 합병하면서 지금은 김재한 본부장이 관할하는 화양동지점장을 맡고 있다. 축구선수시절의 콤비플레이를 은행에서도 재현하고 있는 셈. 이밖에 우리은행의 김성호 연수원장(45)도 대학선발 축구선수 출신이다. 그는 1981년 옛 한일은행에 입행한뒤 구의동지점 여신관리팀 인력개발팀 등을 거쳤다. 또 현투증권의 유재성 법인영업2본부장(이사대우급)도 축구선수이자 은행원 출신이다. 청소년 대표를 지낸 그는 옛 한일은행에 입행한뒤 동화은행으로 옮겨 은행원생활을 지속했다. 지금은 52개 대기업 법인의 4조원을 관리하는 '성공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