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은 19일 이건희 삼성회장 등 10대 대기업 회장을 청와대로 초청, 오찬을 함께 하면서 월드컵 이후의 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김 대통령과 대기업 회장들은 이번 월드컵 이후 정.재계가 협력해 유럽과 아프리카 중남미 등지에서 한국경제설명회를 열고, 한국을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로 육성하기 위해 노력키로 했다. 김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월드컵에서 나온 국민의 힘을 잘 활용해 한국이 세계에서 우뚝 서도록 만드는 것은 정부와 경제인들의 몫"이라면서 "유럽이나 중남미처럼 축구에 관심이 많은 지역에 적극 진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한덕수 청와대 경제수석은 이와관련, "오는 9월께 정부와 경제계가 공동으로 유럽 등지에 경제사절단을 파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참석자들의 발언요지. ▲ 이건희 삼성회장 =우리 축구대표팀이 월드컵 4강을 바라보고 있다. 우리 민족이 이만큼 단결했던 적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중국이 한국을 쫓아오고 일본이 앞을 가로막고 있는 느낌을 피부로 느낀다. 이대로 가면 4,5년은 잘될지 모르지만 10년 후가 걱정이다. 정부가 경제특구를 만든다니 조금 안심이 된다. 기술 정보 교육을 자유화해 경쟁력을 갖도록해야 한다. ▲ 구본무 LG 회장 =8강까지 진출한 것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큰 소득이다. 월드컵 개최로 한국의 위상이 많이 높아지고 있다. 그에 부응해서 브랜드이미지를 높이고 국제경쟁력을 갖추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이다. ▲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 =동북아 물류중심으로서의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우리 기업이 글로벌화하기 위해서는 노사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 박삼구 아시아나항공 부회장 =관광상품을 개발하고 많은 관광객이 한국을 방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이나 서귀포 경기장 등과 관련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이를 관광 상품화해야 한다. 관광산업을 미래의 전략산업으로서 개발할 필요가 있다. 한.중.일 프로축구의 통합리그 추진도 하나의 아이디어로서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국제적 안목에서 '차이나 타운'의 설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 김승연 한화 회장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기업의 브랜드 가치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느꼈다. 국가의 브랜드 가치도 마찬가지다. 국가 지도층 인사들로 하여금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메신저 역할을 담당토록 할 필요가 있다. 미국 프랑스는 월드컵을 계기로 외자유치를 늘리는 성과를 거뒀다. ▲ 이준용 대림산업 회장 =월드컵 기간중 주요국 인사들이 많이 방문해 한국에 긍정적인 기업환경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해외건설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기술과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 현재현 동양메이저 회장 =동북아의 중심국가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세제개혁 등 제도적 기반마련, 노사화합 등의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또 영어의 공용화, 주택문제, 교육문제 등 전 국가적인 개혁이 진행되어야 한다. ▲ 유상부 포스코 회장 =월드컵을 계기로 철강업계 관련 인사들을 한국에 초청해 우호적인 분위기를 만드는데 활용할 수 있었다. 철강업계의 경우 수출 가격이 회복되기 시작하고 있어 국제적으로 통상마찰이 일어나지 않도록 충돌 예방조치가 긴요한 시점이다. ▲ 손길승 SK 회장 =IT(정보기술) 분야를 대외적으로 홍보하기 위해서 노력했다. 국내적으로는 응원전에서의 단결과 열정, 질서를 사회통합 프로그램으로 만들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외적으로는 민관 합동으로 한국을 알리는 투자유치설명회를 하면 효과적일 것이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스포츠 문화교류를 확대하는 것도 필요하다. ▲ 김 대통령 =경제계가 잘 해주어야 국운융성도, 동북아의 중심국가도 가능하다. 월드컵에서 나온 힘을 잘 활용해서 한국이 세계에서 우뚝 서도록 만드는데 경제인 여러분들이 앞장서 주기 바란다. 정부도 노력하겠다. 월드컵 하나를 갖고 장사하려고 해서는 안된다. 좋은 제품을 만들고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월드컵의 고양된 이미지를 잘 활용해 주기 바란다. 김영근 기자 yg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