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표팀이 우승후보 이탈리아를 극적으로 꺾고 8강에 올랐다.


외신은 '믿을 수 없는 기적'이 일어났다고 야단법석이다.


간밤의 흥분이 채 가시지 않은 19일.공교롭게도 종합주가지수는 큰 폭으로 고꾸라졌다.


코스닥시장엔 한파가 몰아쳤다.


지난 밤의 감동은 공포로 바뀌었다.


이날 지수를 급락시킨 주범은 외국인이다.


이들은 거래소시장에서만 1천5백억원어치 이상을 팔아치웠다.


외국인의 일방적인 매도공세에 국내 증시는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월드컵 경기에서 태극전사는 세계강호들을 잇따라 물리치고 있지만,주식시장은 거꾸로 외국인의 위세에 눌려 숨도 제대로 못쉬는 형국이다.


한국대표팀이 불패의 신화를 이어가는 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그중에서도 선수들의 기초체력이 강해졌다는 게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덩치 큰 유럽선수와 부딪혀도 나가떨어지지 않고,지칠줄 모르고 뛸 수 있는 체력이 8강의 원동력으로 지적된다.


반면 한국의 주식시장은 정 반대다.


외국인이 삼성전자 등 대형주를 조금만 팔아치우면,지수는 급락한다.


거래소시장이 약세로 떨어지면 개인투자자들의 주무대인 코스닥시장엔 강추위가 몰아친다.


이는 국내증시의 체력이 약해서다.


외국인과 맞대응할 기관투자가가 없다.


미국이나 유럽처럼 연기금이 주식시장에서 중심을 잡아주지도 못한다.


주식시장에서 돈을 장기로 굴리는 펀드도 거의 없다.


외국인이 치고 빠질 때 이를 적절히 제어할 방어막이 없는 셈이다.


사실 그동안 외국인은 땅짚고 헤엄치기식의 투자를 해왔다고 할 수 있다.


외국인이 주식을 팔아 지수가 떨어지면 국내기관은 손절매에 나선다.


기관이 손해를 감수하고 주식을 팔아치우고 나면 외국인은 싼값에 다시 사들인다.


이때 기관은 외국인이 주식을 사는지 확인해야 한다며 수수방관하다 거의 꼭지에 오르면 대세상승을 외치고 몇 템포 늦게 주식을 산다.


그리고 나면 외국인은 다시 판다.


이같은 악순환은 바로 한국증시의 약한 체력 때문이다.


외국인에게서 주도권을 빼앗아 오려면 펀더멘털을 강화해야 한다.


증시 관계자들도 히딩크 감독에게서 한 수 배워야 할 것 같다.


조주현 증권부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