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보험업법 개정안에서 방카슈랑스(은행 보험 겸업)도입 근거를 마련함에 따라 내년 8월부터 은행에서도 보험상품을 팔 수 있게 됐다.


전세계적으로 금융 겸업화하는 상황에서 방카슈랑스에 대한 규제를 푼 것은 당연한 조치다.


하지만 보험사들로서는 매스(mass)채널을 보유한 은행에 '안방문'을 열어준다는 게 달가울 리 없다.


경쟁이 치열해지면 수익성이 떨어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카드사업 및 수익증권 판매 등 부수·겸영 업무 진출을 규제받은 탓에 금융겸업을 할 수 있는 체질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게 국내 보험사의 현실이다.


은행에서 보험료가 싼 보험 상품을 팔면 30만명이 넘는 설계사의 고용이 위협받아 사회문제화할 것이란 걱정도 나온다.


이런 저런 우려와 불만 속에서도 보험사들은 방카슈랑스 도입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어차피 가야할 길이라면 마냥 미루고 있는 게 능사가 아님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은행과의 벽을 허물었으면 자신들도 은행업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똑같이 주어지기를 원하고 있다.


방카슈랑스가 활성화된 프랑스나 네덜란드에서는 은행에서 보험상품을 팔 듯이 보험사도 얼마든지 은행을 소유한다.


프랑스 최대보험사인 UAP는 지분을 50% 이상 갖고 있는 은행이 2개 있다.


네덜란드의 에이곤(AEGON)은 1백% 지분을 소유한 은행 자회사가 2개 있다.


미국 메트라이프도 은행을 인수,소유하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은행법을 통해 동일인 소유한도를 4%로 제한하고 있다.


재벌 계열 보험사는 현실적으로 은행을 가질 수 없다.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지배를 막기 위한 조치다.


물론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을 지배하는 데 따른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국내외 금융환경이 급속히 바뀌는 데 보험사의 손발만 꽁꽁 묶는 것은 금융산업의 균형발전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이왕 방카슈랑스를 도입하기로 한 만큼 보험사에도 은행문을 열어줘야 마땅하다.


관리 감독 강화 등 사후적 장치를 마련하면 폐해는 막을 수 있다.


장을 담그되 구더기 없애는 방법을 찾으면 된다.


이익원 경제부 금융팀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