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금융위기 가능성을 경고한 최근의 국제통화기금(IMF) 보고서는 여러모로 주목할 만하다. 경위야 어떻든 미국경제가 흔들리면 세계경제 역시 위기상황을 피할 수 없게 되는데다,달러약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시점이어서 더욱 그렇다. 우리경제는 대외의존도가 매우 높아 다른 나라보다 훨씬 더 큰 타격을 받기 쉬운 만큼 관계당국은 국제금융동향을 예의주시하는 한편 다각적인 대비책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올 1·4분기 미국경제 성장률이 예상보다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자본이 계속 미국에서 빠져나가는 바람에 달러약세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메릴린치 등 일부 금융기관들도 미국경제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가고 달러화 약세가 통제불능 상태에 빠질 경우 세계 경제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한바 있다. 지난 98년 국제금융위기에 비해 이번에는 금융불안의 뿌리가 더 깊고 구조적이라는 점에서 사태가 훨씬 심각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IMF가 지적한 중장기적인 금융불안의 원인은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다. 엔론사태로 촉발돼 미국증시에 큰 타격을 준 분식회계 파동 역시 미국기업들의 수익성 악화가 근본원인이다. 강력한 국제경쟁력과 기술혁신에도 불구하고 미국기업의 수익성이 악화된 까닭은 장기호황기에 누적된 비효율적인 과잉투자와 방만한 지출,그리고 이로 인한 부채누적 때문이다. 그 결과 은행은 말할 것도 없고 보험사 등 금융권 전체의 위험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9·11 테러사태 직후 대규모 유동성공급 확대와 대폭적인 금리인하로 급한 불은 껐지만 경제위기의 불씨는 여전히 잠복해 있는 셈이다. 물론 달러약세를 반드시 나쁘게만 볼 필요는 없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분석대로 달러가치가 10% 하락할 경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약 1.2%가량 올라가는데 비해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약 1% 상승에 그친다면,단기적으로 미국기업의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달러가 약세라고 하지만 아직도 90년대 중반에 비해 30% 이상 높은 수준이라는 로렌스 린지 백악관 경제수석 보좌관의 지적도 일리가 없지는 않다. 그러나 우리는 IMF의 금융위기 경고를 결코 가볍게 들어선 안된다. 유럽과 일본의 경기회복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세계경제의 기관차인 미국경제마저 '이중침체'에 빠진다면 전세계적인 불황을 피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볼 때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