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재건축 추진이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 것 같다. 지난 두달간 재건축을 위해 안전진단을 신청한 서울시내 56곳중 17곳은 아예 대상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했으며,예비평가를 받은 나머지 38곳의 70%가 넘는 27곳이 '개·보수' 판정을 받아 사실상 사업이 보류됐다는 사실만 봐도 그렇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이후 집값이 많이 오르자 일부 주택건설회사들이 앞장서 재건축을 부추기며 과당경쟁을 일삼고 있어 더욱 걱정이다. 90년대 중반만 해도 해마다 수십건에 불과했던 재건축 추진건수는 재작년과 작년에는 각각 3백건 이상 4백건에 육박할 정도로 증가했다. 지역별로는 대부분이 서울과 경기도에 집중됐는데 수도권에 택지가 부족한 탓도 있지만,그보다는 집값이 비싸고 분양이 잘돼 수익성이 좋다는 이유가 훨씬 크다. 하지만 지나치게 수익성을 의식하다 보니 낡은 공동주택의 안전을 기한다거나 주변환경을 개선한다는 명분은 완전히 퇴색하고 재건축이 부동산투기 수단으로 전락한 느낌마저 든다. 그 결과 전세난을 촉발해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가 하면 멀쩡한 집을 부수고 새로 짓는데 따른 자원낭비는 물론이고 대량의 건축폐기물 발생으로 인한 환경오염 등 부작용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안전진단 강화에 이어 서울시가 개포지구 단위계획에 적용하는 용적률을 2백%로 확정한 것 또한 당연한 조치라고 본다. 그러나 지자체가 개발차익 챙기기에만 급급한 일부 주민들과 영합해 재건축 허가를 남발하는 걸 막고 주택행정을 확고한 원칙아래 일관성 있게 시행하자면 관계법규를 서둘러 정비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안전진단을 강화하기 위해 서울시가 지난 3월말 도입한 안전진단 예비판정제도 역시 서울시 지침일뿐 근거규정이 없어 자의적인 행정이라는 비난과 함께 해당지역의 반발을 사기 쉽다. 그렇다면 현재 법제처에서 심의중인 '도시 및 주건환경 정비법안'에 재건축관련 절차를 보강하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