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군수업체인 다소가 지난 5일 하얏트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차세대 전투기(FX) 사업에서 미국 보잉에 고배를 든 후 한국을 떠나면서 가진 '고별' 기자회견으로, 지난 2년6개월간의 수주활동을 정리하고 돌이켜보는 자리이기도 했다.


다소의 이브 로빈스 국제협력담당 부사장은 회견내내 국방부 등 한국정부에 대한 섭섭함을 감추지 않았다.


'FX기종에 대한 2단계 평가작업을 중지하라'며 국방부를 상대로 낸 가처분신청이 법원으로부터 기각돼 여기에 걸었던 일말의 기대마저 무너진 다음이어서 다소의 실망감은 더욱 컸다.


로빈스 부사장은 "기밀을 이유로 국방부가 관련 자료 공개를 거부해 법원이 제대로 판단을 내릴 수 없었다"며 안타까워했다.


이번 FX사업을 "다소가 승리했지만 계약은 보잉이 가져간 불공정 게임"이었다고 주장한 그는 "국방부가 FX 사업에서 '정치적' 고려를 한 것에 대해선 불만이 없다"며 "그러나 고려의 시기가 적절치 않았다"고 꼬집었다.


정치적 고려를 염두에 뒀다면 국제경쟁입찰에 부쳤을 당시 이를 공개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FX사업 중간에 평가방법을 바꿔 '남의 잔치에 들러리'서는 결과를 초래한 건 국제경쟁입찰의 생명인 투명성.공정성을 훼손한 명예롭지 못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국가 신인도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그는 또 "한국의 방위산업시장은 미국을 위한 사냥터"라며 "앞으로 민간부문을 제외한 한국 방산시장에서의 수주경쟁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미국 일변도인데다 공정성마저 보장되지 않는데 뛰어드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말이다.


이날 다소가 지적한 내용이 '유구무언이어야 할 패자'가 털어놓는 푸념으로만 들리지 않은 것은 왜일까.


물론 우리 국방부와 정부 입장에서는 다소의 주장이 터무니없는 것 일 수 있다.


그러나 새겨볼 대목도 적지 않다.


FX 사업에 이어 현재 진행중인 차세대 구축함(KDX-Ⅲ)에 장착될 1조2천억원 규모의 전투 장비시스템 도입사업에 참가한 한 업체가 벌써부터 불공정 시비를 제기하고 있는 터여서 더욱 그렇다.


김수찬 사회부 기자 ksc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