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하락 기조가 월드컵과 반기결산 시즌을 맞아 새로운 국면으로의 전환을 놓고 계산이 한창이다. 지난 4월 중순부터 숨가쁘게 진행된 환율 하락은 아직 바닥 확인이 되지 않은 상태지만 '숨고르기'가 진행될 가능성도 함께 염두에 두고 있다. 국내 외환시장은 일단 전 세계적인 달러 약세 흐름에 편입된 가운데, 엔화 강세를 불편해하는 일본 외환당국의 거듭된 직개입 여파에도 영향을 받고 있다. 이외에도 꾸준하게 네고물량을 출회했던 업체들의 '달러 던지기'의 일단락 여부와 정부 개입 경계감 등이 시장에 영향력을 과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달( 6. 3∼ 6. 28) 환율은 지난달 말까지 줄기차게 진행된 하락 추세의 연장선상에서 반등 시점을 찾는 작업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환율 방향의 이정표는 일단 달러/엔 환율이다. 이에 따라 정부의 개입 의지와 강도가 저울질된다. 시장은 대체로 6월중 1,200원대 환율이 쉽게 깨질 것으로 내다보진 않는다. 환율 하락기조가 6월 초순에도 지속되면서 바닥 확인을 거쳐 새로운 박스권의 형성을 꾀할 것으로 예측됐다. 본격적인 반등은 달러/엔과 결제수요의 유입의 확대, 매수세의 부활 등에 따라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 1,200원대 환율 지지 = 한경닷컴이 은행권 외환딜러 13명을 대상으로 이번주( 6. 3∼ 6. 7)와 6월 한달 간 환율전망을 조사한 결과, 6월 예상환율의 저점은 단순평균으로 1,204.17원, 고점은 1,250.00원으로 집계됐다. 우선 1,220원의 붕괴여부에 따라 추가 하락은 1,200원을 심리적인 지지선으로 두고 있다. 일련의 방법을 통해 환율 하락의 속도를 조절하고자 하는 정부의 개입 여부와 강도가 시장의 하락 마인드와 치열한 접전을 벌일 전망이다. 단기 급락에 따른 반등력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견해는 1,250원을 저항선으로 잡고 있다. 또 이번주의 경우, 저점은 단순평균으로 1,218.13원, 고점은 1,240.71원으로 나타났다. 환율 하락 기조는 여전히 유효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나 지난주 월말 네고장세가 어느정도 마무리됐고 정부의 환율하락 저지 노력이 강화될 가능성을 높게 들었다. 한동안 뜸했었던 결제수요의 본격적인 유입 여부도 월초를 맞아 관심사다. ◆ 환율 하락의 끝은 어디인가요 = 환율은 5월말까지 연중은 물론 17개월 최저치 경신을 거듭하며 1,226.30원에 마감했다.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던 4월 12일 1,332.00원 이후 7주동안 무려 105.70원을 덜어냈다. 원화 가치는 같은 기간 달러화에 대해 7.93% 상승한 셈. 전 세계적인 달러화 약세에 편승한 가운데, 뒤늦은 경제 펀더멘털의 반영이 이뤄지고 있으며 공급우위의 수급상황도 한 몫 했다. 이래저래 환율 하락 요인만 난무했다. 다만 일본 외환당국의 직개입과 한국 정부의 개입 경계감과 속도조절용 수급 조절이 반대편에 위치했을 뿐이다. 6월 환율은 전반적으로 미국 달러화 약세·공급우위 등과 정부 개입 경계감 등이 상충, 무게중심의 이동에 따라 등락이 결정될 것으로 전망됐다. 5월 마감 환율인 1,226.30원은 1,200원과 1,250원의 중간 정도 수준으로 어느 쪽으로도 열릴 가능성을 갖고 있다. 김성순 기업은행 딜러는 "엔 강세 기조가 당분간 유지되고 공급우위가 강한 상태가 전반적으로 유지될 것"이라며 "현재 애매한 레벨에 놓여 있기 때문에 정부 개입 의지와 강도가 가장 큰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송화성 BOA 딜러는 "일본은행(BOJ)의 3번째 직개입으로 124엔 밑으로 쉽게 가지 못하고 있음을 확인했다"며 "국내서도 올라갈 때마다 매물이 나와 물량 압박이 있겠지만 정부의 강력한 개입으로 1,220원 밑으로 내려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락의 정도를 놓고 시장의 고민이 거듭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시장의 타겟은 일단 1,203원을 염두에 두고 있다. 차트상 지난 2000년 9월 4일 1,103.80원과 2001년 4월 4일 1,365.30원의 38.2%에 해당하는 수준. ◆ 미국 달러화, 일본 엔화 '고민중' = 미국 달러화는 고민에 빠져있다. 거듭된 경제지표의 악화와 뉴욕 증시의 약세 등이 불러온 약세는 일단 지난주 말 긍정적인 경제지표로 일단 한숨을 돌렸다. 지난주 말 미시간 대학 5월중 소비자신뢰지수, 4월중 공장수주액, 시카고 구매관리지수 등이 전달이나 예상치를 상회, 경제지표의 호전 양상을 보여줬다. 그러나 아직 미국의 경기회복을 속단하기엔 이르다는 평가다. 뉴욕 증시의 회복이 아직 가시화되지 않은데다 미국 금융시장에 대한 신뢰 약화가 여전하다는 것. 일부에서는 미국 달러화의 구조적, 주기적 약세 전망을 근거로 내년 달러/엔이 115엔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대통령 자문위원장인 로렌스 린지가 "미국 정부는 여전히 강한 달러 정책을 지지한다"며 정책의 변경이 없음을 강조했지만 외환시장 개입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했다. 또 6월 미국 기업의 2/4분기 실적시즌을 맞아 실적 예상치에 따라 증시의 출렁임이 예고되고 있다. 확신을 가지지 못하고 있는 경기 회복의 시점에 대한 의구심은 여기서도 확인될 가능성이 크다. 엔화의 경우, 일본 외환당국의 개입에 대해 시장은 다소 부정적이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정부가 다른 나라의 협조없이 단독으로 도쿄, 런던, 뉴욕 외환시장에 직개입, 그 규모만 하루 1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외환보유액의 2.5%에 해당하는 수준. 앞선 두 차례 직개입이 있었던 지난달 22∼23일에도 50억달러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엔화 강세를 저지하기 위한 일본 정부의 의지를 엿볼수 있으나 미국 등 다른 국가의 공동보조가 강력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달러화 약세 흐름을 꺾는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란 지적이 있다. 이같은 지적에 따라 달러/엔의 하락 기조는 여전히 살아있는 가운데 엔화와의 상관관계가 최근 옅어졌으나 일정부분 영향권 내에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엔/원 환율이 980원대까지 하락할 여지는 일단 열려있는 가운데 추가 하락은 정부에서 막아설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정부의 구두개입도 엔/원 980원대에서 이뤄졌다. 국책은행을 비롯, 공기업 등을 활용한 달러매수를 유도하고 외평채 발행시기 조정, 구두개입 등이 계속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 수장간의 조율되지 않은 듯 한 발언 등은 시장에 약점을 노출, 다소 궁지에 몰린 측면도 있다. ◆ 월드컵 효과 = 6월 한달 간 시즌을 맞은 월드컵에 따른 시장의 부담도 작용할 전망이다. 은행권에서 경쟁적으로 환전서비스에 나서고 있음을 감안, 외국인 환전수요가 2억∼3억달러에 달해 환율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은행권으로 유입되는 달러 공급이 환율 하락기에선 리스크 부담이 돼 하락을 부추길 수도 있다. 지난달 수출회복세가 예상보다 강하지 않아 전년동월대비 7.8% 증가에 그쳤다. 그러나 무역수지 흑자폭이 16억2,400만달러에 달해, 지난해 5월의 17억5,200만달러 이후 흑자폭이 가장 커 시장에 물량 부담은 여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