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기업들이 열띤 월드컵마케팅 경연을 벌이고 있다. 한.일 월드컵 공식후원사 15개사중 13개는 다국적기업이다. 한국 소비자들에게 친근감을 심는게 중요한 이들이 월드컵을 계기로 마케팅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월드컵 마테팅전략은 무엇보다 소비재 업체와 비소비재 업체 사이에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소비재를 취급하는 후원사는 가시적인 효과를 얻는다. 코카콜라 관계자는 "월드컵이나 올림픽을 후원하면 개최국에서 시즌 매출이 10% 오르고 선호도 조사결과도 눈에 띄게 좋아진다"고 밝혔다. 코카콜라와 버드와이저는 전국 10개 월드컵 경기장과 인근에서 독점 판매권을 갖고 있다. 다양한 입맛을 가진 소비자들에게는 아쉬운 얘기지만 경기장내 매점에서 음료는 코카콜라, 술은 버드와이저만 사 마실 수 있다. 다만 '부엌'을 통째로 들고 들어가야 하는 맥도날드는 투자비용대비 매출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 스낵류 단독 후원사이면서도 국제대회 후원사상 처음으로 국내 경기장에서는 독점 판매권을 포기했다. 이 때문에 올해 대회에서는 경기장에서 김밥도 사먹을 수 있게 됐다. 반면 비소비재 회사의 경우 국제축구연맹(FIFA)에 내는 후원비용은 별다른 차이가 없지만 단기적인 매출증가 효과가 크지 않고 마케팅도 쉽지 않다. 이 때문에 기술력을 보여줄 수 있는 인프라를 최대한 '눈에 띄게' 설치해 이미지 홍보 효과를 톡톡히 거둔다는 전략이다. 필립스전자가 조명기기를 내세운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내 월드컵 경기장 10곳중 7곳의 조명 시공을 담당한 이 회사는 최근 청사초롱 1천개를 특수 제작해 인천국제공항과 광화문 삼성동 등 외국인이 많이 찾는 서울 도심에 설치했다. 필립스가 경기장 조명을 시공한 조명기기 회사임을 확실히 알리기 위해서다. 필립스 관계자는 "이번 월드컵이 디지털방송으로 중계되기 때문에 조명이 어느 때보다 부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후지제록스는 전국 경기장 등록센터에 컬러 레이저프린트 1백15대를 제공하고 이 덕분에 대회 사상 최초로 AD카드 발급이 자동화됐다고 자랑했다. 사진이 부착된 AD카드는 보안을 위해 대회 운영요원과 언론사 취재요원을 비롯한 대회 관계자 7만여명이 반드시 패용해야 출입할 수 있는 신분증이다. 지금까지는 각자 가져온 사진을 카드 양식에 붙여서 수작업으로 만들었지만 이번 월드컵부터는 PC 디지털카메라 고속프린터를 활용해 현장에서 사진을 찍고 컴퓨터로 제작했다. 통합커뮤니케이션 업체인 어바이어는 한.일 양국 월드컵 본부와 국내외 기자가 작업할 인터내셔널 미디어센터(IMC) 및 20개 경기장을 연결하는 케이블을 설치했다. 총 길이는 5천km로 서울~부산 거리의 11배에 달한다. 또 1만2천명의 국내외 취재진에 노트북용 무선랜카드를 제공하고 월드컵 사상 최초로 IP네트워크 상으로 음성을 전송하는 'VoIP' 기술도 도입했다. 두 나라가 공동 개최하는 대회 특성을 살려 첨단 네트워크 기술의 중요성을 부각시킨다는 전략이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