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발레니우스-빌헬름센 라인스(WWL) 사이에 자동차 운송선 합작 법인 설립 문제가 타결됨에 따라 현대상선의 자동차 운송선 매각은 전환점을 맞게 됐다. 지난해 과도한 부채 때문에 유동성 위기에 시달렸던 현대상선은 올 3월 WWL과 자동차 운송선 사업 무문 매각 협상에 착수했으나 현대차와의 장기계약 문제를 비롯해 배선권, 물량 확보를 둘러싼 현대차-WWL의 이견으로 협상에 난항을 겪어왔다. 이런 배경에는 현대차가 물량을 다른 선사로 돌릴 경우 발생하는 손실을 우려한WWL과, 장기 계약 체결 후 외국 선사가 국내 자동차 운송 사업을 독점할 것을 우려한 현대차의 신경전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대차와 WWL이 신설법인 설립에 최종 합의함으로써 현대상선은 향후 현대차 등 법인 관련 4개 회사 이사회 승인이 끝나는대로 신설 법인과 매각 협상을 재개할 수 있게 됐다. 이미 매각 금액을 비롯한 세부 조건들은 현대상선과 WWL의 협상에서 대부분 합의된 상태인데다, 협상의 걸림돌 가운데 하나였던 장기 계약 기간이 현대차와 WWL사이에 사실상 5년으로 마무리됨에 따라 향후 협상은 순조롭게 진행될 전망이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WWL측이 이미 실사를 끝낸데다 매각 금액까지 대부분 합의된 상태라 신설 법인과의 매각 협상은 형식적인 절차만 남았다"고 말했다. 현대상선의 자동차 운송선 사업 부문은 연매출만 1조2천억원에 이르는 알짜 사업으로 운송 물량의 60~70%가 현대.기아차 물량이다. 현대상선은 2조원대로 알려진 매각 대금을 현재 2조3천억원에 이르는 장단기 부채(선박 금융 제외) 상환에 쓸 계획이다.이렇게 되면 현재 1천400%에 육박하는 현대상선의 부채비율은 600%대로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해운업계의 경우 막대한 선박 건조, 임대 비용 때문에 부채비율이 600%만 돼도 자산 구조가 건전한 회사로 평가하는 게 일반적이다. 한편 현대상선의 자동차선 운송선 매각 작업이 급물살을 타게 됨에 따라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경영 복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 3월말 열린 현대상선 정기 주주총회에서 비상임 이사로 선임돼 주목을 끌었다. 업계에서는 현대상선이 매각을 마무리짓고 유동성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나면 정회장의 경영 복귀가 앞당겨질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서울=연합뉴스) 이광철기자 gcm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