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왕성한 식욕'을 과시하며 뉴스메이커로 떠올랐다. 롯데는 지난주 5천억원대의 거금을 투입해 미도파를 전격 인수하더니 28일에는 패밀리레스토랑 TGI프라이데이스의 최대주주가 돼 국내 최대 외식업체로 급부상했다. 유통업계를 포함한 업계 관계자들은 롯데의 밀어붙이기에 바짝 긴장해 일거수 일투족을 유심히 살피고 있다. 롯데의 활발한 사업 확장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롯데는 이미 매물로 나온 현대석유화학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기정사실로 굳어진 신규사업 진출도 많다. 우선 카드업이 꼽힌다. 현재 롯데캐피탈을 중심으로 카드업 진출 준비를 마치고 사업신청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홈쇼핑사업 진출 움직임도 관측된다. 지난해 신규 홈쇼핑사업자 선정에서는 탈락했지만 어떤 식으로든 홈쇼핑을 시작할 것이란 게 그룹 안팎의 관측이다. 물류업 진출도 검토하고 있다. 이같은 롯데의 확장 전략은 어느 정도 예고된 일이다. 롯데는 연초에 '핵심 역량의 집중''고객·주주 중심 경영'과 함께 '활발한 신사업 전개와 신시장 개척'을 올해의 경영 키워드로 발표했다. 이같은 확장경영에는 신격호 회장이 직접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연초 "미래사업 전략을 남보다 한 발 앞서 발굴하고 신사업을 선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특히 '유통·관광 전문'이라는 그룹의 지향점을 설정하고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사업에 적극 진출할 것을 독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롯데는 올해 들어 경제연구소를 발족하고 본격적으로 중장기 계획 수립에 나섰다. 해외 진출 움직임도 활발하다. 롯데는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 인근에 호텔 백화점 오피스 쇼핑몰 등이 복합된 건물을 짓고 있다. 1단계로 23층 규모의 백화점과 오피스빌딩을 다음달 착공해 2005년 상반기에 완공할 예정이다. 중국에 롯데월드 등 엔터테인먼트 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도 외부업체의 컨설팅을 받아 적극 검토 중이다. 롯데가 '왕성한 식욕'을 과시할 수 있는 배경은 든든한 재무구조다. 롯데그룹 31개 계열사의 평균 부채비율은 75%로 30대 그룹 중 가장 낮다. 계열사들이 대부분 소비업을 하고 있어 현금 동원력도 뛰어나다. 게다가 주요 계열사들은 높은 등급의 신용평가를 받고 있어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에도 어려움이 없다. 롯데 관계자는 "올해 투자할 1조5천억원 중 상당부분을 내부유보금으로 조달할 정도로 자금부문은 걱정이 없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웬만한 인수합병건이나 신규사업자 선정에는 '롯데'란 이름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있다. 백화점업계의 한 사장은 "롯데가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물량공세를 펼칠 경우 경쟁업체들은 감당하기 어렵다"고 실토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