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오늘 서울이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달아오른다. 2002년 한·일 월드컵 개막식과 첫 경기가 상암동 축구 경기장에서 열린다. 시청률로 따지면 올림픽 경기보다 웃도는 인기를 누리는 것이 월드컵 축구경기란다. 최근 세차례 평가전을 통해 자신감으로 한껏 물이 오른 한국 선수단을 응원하는 국민 열기가 초여름의 열기를 더할 것이다. 각종 비리와 의혹 사건의 연발로 찌푸려진 얼굴들이 펴지고,선거를 앞두고 당파로 갈라진 민심들을 뭉치는 순간들이 연출돼 긴 여운을 남기길 기대한다. 중요한 문물제도들이 흔히 그러하듯이 축구 경기의 기원은 불분명하다. 기원전 7세기께 그리스인들의 '하르파스톤' 경기가 로마 군대에서 전파된 것을 효시로 삼는 설도 있고,중국 한나라시대 '추슈'라는 일종의 공놀이를 원조라고 하는 이야기도 있다. 기원이야 어찌 됐든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인기 높은 경기가 한·일 양국 공동으로 열린다. 나라마다 개최열기가 높아 아마도 금세기 중에는 이 땅에서 다시 열리기는 어렵다. 월드컵 대회 개최가 우리에게 무엇을 주는가. 지난해 5월 한국개발연구원이 발표한 월드컵 개최의 경제 효과를 따진 연구보고서에 따르면,5조4천억원의 부가가치와 35만6천명의 고용을 창출하는 이익이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경기장과 주변도로 건설투자,관광객들의 경비지출,참가팀 및 대회 관계자들의 숙식비용 등을 감안했다. 이같은 지출에 따른 '특수'가 국민 소득의 증대를 가져오는 선순환을 기대할 수 있다고 보았다. 반면 비판론도 없지 않다. 특수는 환상에 불과하고,혜택이 있다 해도 모든 부문과 지역에 균등하게 나눠질 수 없다는 것이고,지난 30년간 월드컵 개최국 경험 사례를 보면,그 해 경제성장률이 평균 1%포인트 떨어졌다고 한다. 실제로 최근 중소기업청 조사에 따르면 월드컵 관련 상품의 매출 실적이 부진하고,FIFA 여행 대행사(영국 바이롬)의 예약 취소로 호텔 예약이 평년 수준에도 미달돼 호텔업계가 '빈방' 메우기에 비상이 걸렸다. 처음 36만명으로 추산되던 관광 예상 인원을 낮춰잡아야 한다. 특히 중국 관광객이 당초 10만명 예상에서 그 절반 이하로 격감할 것이라는 게 최근의 보도다. 업계에 따라 희비와 명암이 엇갈린다. 관광객과 보도장비 수송에 호경기를 맞고 있는 항공업계가 신바람나고,벽걸이TV 프로젝션TV 매출이 늘어난 전자업계가 웃고 있고,월드컵 파트너 업체인 KT 현대자동차 코카콜라가 광고효과를 단단히 보고 있다. 반면 고객의 관심이 종전보다 뜸해지는 홈쇼핑,인터넷 광고,게임업계는 울상이다. 뭐니뭐니 해도 월드컵 경기 이익의 대부분은 직접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간접적인 것,무형의 이익일 것이다. 국가의 위상과 관련업체의 이미지가 높아지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개최기간(30일)이 올림픽(15일)보다 두 배나 길어 세계 방방곡곡의 안방 TV를 통한 홍보 효과는 그만큼 클 것이다. 경기 참관차 내한하는 세계 일류기업 CEO들이 한국시장과 투자기회를 엿보고 갈 것이다. 평소 승패를 가르는 경기를 기피하는 필자와 같은 사람들도 홀짝수 차량운행을 감수하며 월드컵 축구대회 개최를 즐길 것이다. 그러나 몇가지 걱정은 남아 있다. 첫째 금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새로 세운 전국 10곳의 경기장을 앞으로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의 문제다. 둘째로 한국팀의 승패에 따라 특정 국가에 대한 국민 감정을 자제하는 일이다. 특히 반미 감정의 분출이 우려된다. 축구는 운동경기일 뿐이다.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월드컵 대회는 한국팀의 16강 진입 여부와 무관하게 한국인에게 몇가지 값진 교훈을 줄 것이다. 첫째는 심판의 공정성과 경기자들의 스포츠맨십이 있어야 경기가 살아난다. 둘째는 세계일류(월드클래스)와 경쟁해야 자기 실력이 는다. 마지막으로 경기의 승패는 운도 작용하지만 노력한 만큼 결과를 거두는 게 정상이다. 이상은 한국의 정치인 관료 기업경영인 근로자들이 겸허하게 배울 점이다. 이같은 교훈만 잘 배운다면야 경제적 손익계산이 무슨 문제겠는가. pjkim@ccs.sogang.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