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까지만 해도 맥도날드 파파이스 등 미국내 패스트푸드점에 들어가면 냅킨이나 케첩 등을 거의 무제한으로 주었다.


자취하는 유학생들이 내집 물건처럼 가져가도 말리는 사람이 없었다.


절약정신이 몸에 밴 한국 사람들은 미국의 풍요로운 물자에 기가 질렸다.


'저러고도 돈이 남을까'하는 괜한 걱정까지 들 정도였다.


하지만 요즘은 달라졌다.


인심이 각박한 뉴욕 맨해튼은 물론 미국 어디를 가도 식당들이 공짜 냅킨을 주는데 인색해지고 있다.


일부 식당은 손님이 달라고 해야만 주거나,한번에 한장씩만 빼 쓰는 장치를 마련해 놓고 있다.


손님들 모르게 냅킨의 사이즈를 줄여놓는 것은 이미 기본이다.


식당들이 냅킨을 아끼는 이유는 간단하다.


경기가 나빠 이윤은 줄어드는데 종이값은 점점 올라가는 탓이다.


맨해튼의 한 파파이스 매장 매니저는 "한두장이면 될 것을 10∼20장씩 쓰는 사람이 수두룩하다"고 말한다.


고객의 43%가 냅킨을 가져가는 것은 물론 한번도 쓰지 않고 버려지는 냅킨이 상당량이란 조사결과도 있다.


전체 음식값에서 냅킨이 차지하는 비용은 1%에도 못미치지만,그래도 절약할 여지가 많은 부문이라는 게 이 조사의 결론이다.


미국에만 1만4천개의 매장을 갖고 있는 맥도날드는 지난 5년간 냅킨 사이즈를 세차례 줄였고,최근에는 어린이용 냅킨이라는 작은 사이즈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패스트푸드점들이 내놓는 냅킨 두께도 최근 몇년간 10% 이상 얇아졌다.


킴벌리클라크 조지아패시픽 등 냅킨 공급업체들도 다양한 아이디어를 동원해 이런 수요에 맞추고 있다.


통상 가로 세로 30,45㎝이던 냅킨 사이즈를 평균 15,20㎝ 수준으로 대폭 줄인데다 뽑으면 한두장씩만 나오는 신제품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 두가지를 모두 사용할 경우 냅킨 소비량을 30% 이상 줄일 수 있다고 홍보한다.


이런 추세를 반영,이코노미스트들 사이에선 식당들이 내놓는 냅킨 크기와 경기동향이 반비례한다는 '냅킨 경제학'이란 신조어가 생겼다는 우스갯소리가 나돌고 있다.


냅킨 하나라도 아끼려는 모습에서 요즘 미국 경제의 한 단면을 볼 수 있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