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이 사람을 낳는다"는 말이 있다. 환경이 바뀌면 새로운 가치관과 지향점을 지니게 되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그들은 이전과는 다른 유행이나 문화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새로운 유행 창조에 가장 적극적인 계층은 젊은 세대들이고, 그들은 하나의 '족속'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베트남전쟁이 한창이던 1966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국가나 사회제도로부터 개인의 자유를 해방시키자는 청년운동이 있었다. 그들은 장발에 수염을 기르고 재즈를 즐기며 자신들의 행복추구를 최대 목표로 삼았다. 이같은 유행은 70년대에 한국에도 상륙, 청바지와 생맥주 통기타 붐을 일으키기도 했다. 전통을 거부하는 이들 자유주의자들을 히피(hippie)족이라고 불렀다. 미국경제가 어려움에 빠진 80년대 들어선 변호사 의사 공인회계사 증권브로커 대기업임원 등 안정된 직업을 갖고 여유있게 사는 도시의 젊은 전문직업인(young urban professional)이 선망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그들은 여피(yuppy)족으로 불렸다. 여피족 가운데 맞벌이를 하면서 자식을 갖지 않는 부부는 딩크(dink·double income no kids)족이라고 했다. 지난 2000년 정신적으론 히피의 자유주의를 지향하면서 현실 생활은 여피의 경제적 실리를 추구하는 새로운 청년 귀족층, 즉 부르주아적인 보헤미안스(bourgeois bohemians)가 등장했고 이들을 보보스(bobos)족으로 부른다. 히피와 여피의 중간적 존재인 보보스는 디지털 시대의 엘리트로 물질적 성공을 꿈꾸면서도 격조있는 소비감각을 보인다고 한다. 한국의 보보스족, 즉 코보스족은 어떤 성향을 보이고 있을까. 한 광고회사가 이들을 조사한 결과 연간 소득은 6천만~1억원 정도며, 건강과 자녀교육을 중시하고 명품을 좋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최근 30~40대 소비자를 겨냥하는 광고의 모델로 대부분 코보스를 등장시킬 정도로 그들에 대한 기업의 관심이 높다. 구체적인 조사자료가 나왔으니 그들을 잡으려는 상전(商戰)은 더욱 뜨거워지게 됐다. 허정구 논설위원 hu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