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형차 시장을 잡아라.' 중형승용차 시장을 둘러싼 국내 자동차 업체들의 경쟁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현대자동차 EF쏘나타와 르노삼성자동차 SM5가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대우자동차 'L6 매그너스'의 공세가 만만치 않다. 여기에 기아자동차가 지난 17일 옵티마의 업그레이드 모델 '리갈'(Regal)를 내놓고 반격에 나서면서 중형차 시장 쟁탈전은 갈수록 치열해질 전망이다. 각 메이커들이 중형차 시장 공략에 집중하는 것은 무엇보다 시장규모가 크기 때문이다. 중형차는 2천~3천cc급 차량으로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올해 들어 지난 1.4분기까지 국내에서 팔린 중형차는 모두 8만2천4백47대로 전체 승용차 판매량(16만4천3백23대)의 50%를 넘어섰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 중형차 판매 비중이 47%에 머물렀던 것에 비해 3%포인트 가량 늘어난 것이다. 특히 올들어 RV(레저용 차량)를 제외한 경승용차와 소형차 등의 판매량이 감소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지난 4월까지 중형차 판매 1위는 현대차의 EF쏘나타로 총 3만8천3백47대가 팔렸다. 르노삼성의 SM5는 이 기간 3만3천4백36대가 판매돼 EF쏘나타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대우차 매그너스의 경우 지난달 내놓은 L6 매그너스의 가세로 판매량이 증가하는 추세다. 기아차 옵티마는 EF쏘나타와 SM5의 틈바구니 속에서 극도의 부진을 보여 올해 들어 판매량이 뚝 떨어졌지만 새로 출시한 리갈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현대 기아 대우 르노삼성 등 4개사는 최근 들어 중형차 판매 확대를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현대차는 오랜기간 쌓아온 중형차 개발의 노하우와 브랜드 이미지를 살려 선두자리를 계속 유지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월드컵 공식 후원사라는 점을 집중 홍보, 월드컵 효과를 판매 증대로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르노삼성은 SM5의 인기가 여전해 잘하면 올해 중형차 시장에서 EF쏘나타를 추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르노삼성은 단일 모델의 불리함을 극복하기 위해 올해 초 몇가지 안전장비를 추가한 2002년형 SM5를 내놓았다. 회사측은 오는 9월 새 모델 SM3가 출시되면 SM5의 판매량도 덩달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중형차 시장에서 1,2위를 다투던 기아차는 최근 판매에 들어간 리갈로 잃어버린 명예를 되찾겠다는 각오다. 18개월간 5천억원을 들여 개발한 리갈은 중형차 옵티마와 대형차인 엔터프라이즈의 중간급으로 고급 인테리어를 적용하고 편의성 등을 강화해 기존 중형차와는 차별화를 시도했다. 기아는 리갈의 고품격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 박지원씨와 사진작가 김중만씨에게 자문 역할을 맡겨 '예술 마케팅'을 전개키로 했다. 대우차는 6기통 L6 매그너스의 판매호조에 잔뜩 고무돼 있다. 대우차 관계자는 "'중형차=6기통'이란 인식이 확산되면서 전체 매그너스 판매량 가운데 L6 매그너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우는 제너럴모터스(GM)가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가면 20%까지 시장점유율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중형차 시장은 현대와 르노삼성 두 업체가 주도해 왔지만 기아와 대우의 가세로 하반기에는 '4파전' 양상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