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신용보증기금이나 신용보증기금과 같은 금융회사 종사자에게 이런 질문을 해보면 어떤 대답이 나올까.


"당신네 회사는 아무나 와서 바로 간부나 대표로 일할 수 있는 곳입니까? 업무의 전문성은 있습니까,없습니까?"라고. 이들 회사 임직원들은 열이면 열,모두 크게 화를 낼 것이다.


기술신보 이사장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등을 섞어 돌리는 정부의 최근 인사를 보면 정부 스스로가 이런 질문을 던지게끔 만드는 것 같다.


정부는 22일 이근경 기술신보 이사장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으로 내정했다.


재정경제부 차관보로 일했던 그가 기술신보 이사장에 임명된 것은 지난해 4월.3년인 기술신보 이사장의 임기 가운데 불과 3분의 1이 지난 시점에서 그는 명함을 바꾸게 됐다.


이 이사장이 재경부 관료시절 업무를 꼼꼼히 파고들면서 일에 매달리는 모습을 출입기자로서 본 적도 있어 능력이 있다 없다는 시비는 하고 싶지 않다.


그렇다 해도 재직 1년이면 이제 '업무를 제대로 들여다보기 시작한' 수준이 아닐까.


다수 기관장들과 대표이사(CEO)들의 경험담을 들어봐도 그렇다.


이제부터 기관장으로 제대로 일할 만한 상황이 됐는데 금통위원이란 엉뚱한 보직으로 자리바꿈하게 된 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문제는 이 이사장이 금통위원 자리 하나를 자기 몫으로 지키려는 재경부의 작전에 '동원'된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한달 전부터 비어 있던 금통위원 한 자리가 재경부 장관 추천 몫이었는데 한은이 관료출신 반대를 외치자 재경부는 이 이사장을 먼저 동원하고 기술신보 이사장에는 다른 재경부 고참 관료를 내려보내려 하는 움직임이 있다.


결과적으로 기술신보 이사장은 쉽사리 갈아치워도 되는 자리라는 얘기가 돼버렸다.


벤처기업에 대한 신용보증 업무보다 금통위원 자리 챙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뜻일 수도 있다.


다음달이면 신용보증기금의 이종성 이사장도 임기 만료된다.


만약 이 이사장이 연임을 않게 돼 어떤 관료가 자리잡는다고 상정해보자.그 자리인들 얼마나 갈 것인가.


허원순 경제부 정책팀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