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화 가치가 최근들어 오르고 있다. 작년 말 엔/달러 환율이 1백31.63엔에서 3%가 상승한 1백26엔 수준으로 거래되고 있다. 원화 가치도 작년 말 1천3백13.5원에서 1천2백70원 수준으로 올라 수출업자는 가슴을 졸이고 있다. 그러나 외화 차입금이 많은 국내 기업이나 수입업자는 현 수준이 유지되기를 은근히 기대하고 있다. 자유변동 환율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한국에서는 원화 가치가 시장의 수급에 의해서 결정된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서 지난 2년 간 엔화와 연동되고 있다. 엔화와의 상관계수가 0.94나 될 정도로,미국 달러보다 일본 엔화가 원화의 환율을 결정하는데 절대적인 작용을 해왔다. 한국의 주요 수출품인 반도체 철강 자동차 조선 등이 일본과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으니,한국 수출품의 가격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바람직한 현상이다. 더구나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경상수지 흑자 시현이 우리 경제정책의 가장 중요한 목표이므로,환율정책이 수출입과 연계돼 결정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연말 원화 환율이 어떻게 될 것인가를 알기 위해선 일본 엔화의 환율을 예측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최근 일시적으로 엔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으나,연말 엔/달러 환율은 1백30엔대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환율 예측만큼 어려운 것이 없다. 1년 후 전망치를 보면 UBS워버그와 모건스탠리는 1백20엔으로,도이체은행 버클레이즈캐피털은 1백50엔으로 예측하고 있다. 가장 권위있는 국제금융회사 간 예측차이가 30엔(25%)이나 되니,이들의 환율 예측에 대한 신뢰성이 생길 수 없고,별로 도움도 되지 않는다. 원/달러 환율을 1천2백원 혹은 1천5백원이 된다고 예측한다면 기업에는 혼란만 야기시킬 것이다. 그러면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가? 환율은 경제성장률,국제수지,인플레이션율,이자율 등의 모든 거시경제변수들에 의해 복합적으로 움직인다. 그러나 환율 예측을 단순화하면 두가지 방법이 있다. 국제수지 접근법(BOP approach)과 자산시장 접근법 (Asset market approach)이다. 국제수지 접근법은 경상수지 흑자가 나면 평가절상되고,적자가 나면 평가절하된다는 논리다. 자산가치 접근법은 자본거래를 중시하는 논리로 자본 유입이 많으면 평가절상이 된다는 논리다. 미국이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를 시현하고 있지만 외국자본이 미국으로 순유입이 일어나 달러화 가치가 오를 수밖에 없고,일본은 경상수지가 흑자지만 낮은 금리로 인해 자금이 외국으로 유출되니 가치가 상승되지 않는다는 논리다. 국제수지를 중시하는 입장이면 엔/달러 환율을 1백20엔으로 예측해야 되겠고,일본의 저금리 수준이나 도쿄 증권시장의 주가하락을 보면 1백50엔 쪽에 무게를 두게 되겠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골드만삭스의 케네스 커티스 부회장은 엔/달러 환율이 1백60∼1백70엔까지 갈 것으로 판단했다. 일본경제가 구조조정이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그러나 필자는 엔화가 연말까지는 현재 수준이 유지되고,장기적으로는 평가 절상될 것이라고 보고 싶다. 올해 4천억달러로 예상되는 경상수지 적자를 미국은 견딜 수 없고,선진공업국 자본 순유입의 40%를 점해왔던 미국자본시장의 매력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상황은 G5 플라자회담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던 1985년과 비슷하다. 1980년 이후 엄청난 경상수지 적자를 갖고 있던 미국 경제가 1985년에 와서는 버틸 수 없어 플라자 G5회담이 열렸고,이후 2년 사이 엔/달러 환율이 2백40엔에서 1백30엔으로 떨어진 사실을 기억할 때가 된 것 같다. 일본은 5월13일 열린 경제자문회의에서 경제 활성화를 위한 6대 전략(기술력 인간력 경영력 산업개발 지역력 세계화)을 내놓았다. 최종 액션플랜은 6월말 캐나다에서 열리는 G7정상회담까지 마련하기로 했다. 6월의 금융위기설로 엔화가치가 곤두박질칠 것인지,캐나다 G7회담 결과 새로운 금융질서가 만들어 질 것인지 불확실성만 더해가고 있다. 이런 때일 수록 외환위험에 노출되기보다는 외환위험을 적극적으로 헤지해 나가야 되겠다. ydeuh@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