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을 앞두고 빨간색을 이용한 '레드(Red)'마케팅이 뜨고 있다. TV광고 80% 이상이 붉은색을 메인 색상으로 사용하고 있고 의류.화장품업체에서도 빨간색을 테마로 한 제품을 앞다퉈 선보이고 있다. 붉은색이 주목받는 데는 한국 국가대표 월드컵 공식 서포터즈인 '붉은 악마'가 일등공신이 됐다. 월드컵을 맞아 붉은 악마의 활동이 활발해지자 이들의 상징색인 붉은색을 이용한 마케팅이 자연히 붐을 이루게 된 것. 게다가 최근 들어 중국시장을 겨냥해 중국의 상징색인 빨간색을 응용한 마케팅 전략이 더해져 레드 마케팅 열기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이처럼 붉은색이 각광받게 된 것은 불과 몇 년 전부터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정치적인 이유에서 빨간색은 금기시됐다. '레드 콤플렉스'가 사회 전반을 지배하고 있던 냉전시절 붉은색은 북한의 상징색으로 여겨졌기 때문에 병적으로 거부하는 경향까지 생겼다. 제일기획 관계자는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광고에서 붉은색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며 "특히 보수적인 금융업계에선 적자(Red Ink)를 상징하는 붉은색을 광고에 사용하는 것을 지극히 꺼려 왔지만 요즘 들어 그런 경향이 서서히 깨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정경원 한국디자인진흥원 원장은 "빨간색은 원래 충동을 유발시키고 미감을 자극하는 효과가 있어 전통적으로 마케팅에 많이 쓰이는 색상이지만 그동안 국내에선 제대로 대접을 못받았다"고 설명했다. 정 원장은 이어 "최근 들어 전파를 타고 붉은 악마의 모습이 세계로 뻗어 나가면서 심지어 빨간색을 한국의 상징색으로 여기는 외국인들도 많아졌다"고 덧붙였다. 김미리 기자 mi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