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세 동갑내기인 장하니와 나태경 어린이(김제초등학교 5학년)는 토요일이었던 지난 18일,평소보다 20분 일찍 학교에 등교했다.


'귀한 손님'이 오시기 때문에 아침 청소를 해야 한다는 선생님 말씀이 계셨기 때문이다.


하니와 태경이는 다른 친구들과 함께 30여분 동안 열심히 쓰레기를 줍고 빗자루질을 했다.


하니에게 물었다.


"오늘 누가 오는지 알고 있니?" "그럼요.우리학교 출신인 이남기 공정거래위원장이 오신댔어요." "공정거래위원장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아니?" "몰라요." "누군지도 모르면서 기분이 좋아?" "그럼요.선생님이 그러는데 우리학교 출신으로는 가장 높은 분이랬어요.그런 분이 오는데 기분좋은 일이잖아요."


4백석이 마련된 강당에는 재학생 명의로 큰 플래카드까지 걸렸다.


'기쁨·환영:이남기 선배님(10회)의 모교 방문을 환영합니다'


이 위원장은 다소 긴장된 모습이었다.


'1일 체험교사'로 5,6학년 학생 4백여명에게 한시간동안 수업을 하기로 돼 있었는데 시작 한시간 전부터 와서 대기하는 중이었다.


"지난 55년도에 졸업했으니 벌써 47년이 됐네요.


오랜만에 학교를 찾아온 것도 그렇지만 어린 후배 학생들을 앞에 놓고 무슨 말을 어떻게 꺼내야 할지 걱정되네요"


이 위원장은 '장관 선배'를 똘망똘망한 눈망울로 바라보는 후배 학생들과 지역 유지들에게 "공정거래위원장이란 권투게임에서 심판과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운을 뗀 후 수업 주제를 '꿈과 땀'으로 옮겨 나갔다.


실현 가능한 꿈을 품고 이를 이루기 위해 땀을 흘려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일부는 열심히 강의 내용을 메모하는 모습도 보였다.


20분을 못넘기고 옆사람과 잡담을 시작하는 철부지들도 군데군데 눈에 띄긴 했지만.


박삼일 교장(61)은 "수업 내용도 중요하죠.하지만 성공한 선배가 와서 후배들에게 꿈과 희망을 품게 해준다는 게 더 기쁜 일입니다.


특히 이 위원장은 작년 구순 노모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거의 매주 고향에 내려와 노모를 모신 효자 아닙니까.


계속 이런 자리가 있었으면 합니다"라고 이날 행사를 정리했다.


박수진 경제부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