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점 슈퍼마켓 등 대형 매장에서 일하는 부유층 주부가 늘고 있다.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다. 낮시간대의 무료함을 달랠 겸 일하는 즐거움을 맛보기 위해 계산원이나 판촉 파트 타이머를 자청하고 있다. 이런 주부들은 서울 강남이나 신도시 매장에 두드러지게 많다. 대개 승용차로 출퇴근하고 일이 끝나면 헬스클럽이나 골프연습장을 찾기도 한다. 서울 서초구에 있는 농산물 할인점 하나로클럽 양재점은 대표적 케이스.이곳에서 계산원으로 일하는 50여명의 주부 가운데 10여명은 소위 '돈 있는 아줌마'들로 모두 '오너 드라이버'다. 은행지점장,방송사 임원 등 사회지도층 남편을 둔 주부도 있다. 농협 부지점장 부인도 판촉 담당 파트타이머로 일하고 있다. 하나로클럽 관계자는 "아이들 학원비라도 벌려고 나온 주부들이 대부분이지만 30명 정도는 돈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라며 "수시채용 때마다 거의 절반이 부유층 주부들로 채워진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에 있는 LG수퍼마켓 훼미리점에도 "일"을 즐기러 나온 주부 파트타이머가 많다. 60여명의 주부들 중 10여명은 돈보다는 일이 목적인 사람들이다. 구이김 매장의 K씨는 중소기업 사장 부인이다. 고기에서 지방을 발라내는 축산물 코너의 L씨는 매장내에서 "알부자"로 통한다. L씨는 일이 끝나면 골프연습장으로 달려가곤 한다. LG수퍼마켓 둔촌점(서울 강동구)에는 얼마전까지 그랜저 승용차를 타고 출퇴근하는 주부 파트타이머가 둘 있었다. 한 사람은 야채 코너에서 간단한 랩 작업을 맡았는데 분당 등지로 이사하는 바람에 두 사람 모두 그만뒀다. 훼미리점 박영창 부점장은 "취미로 골프를 즐길 정도로 여유있는 분들이지만 있는 티를 전혀 내지 않는다"며 "근무 태도도 다른 주부들보다 오히려 더 적극적이고 성실해 매장에서 없어선 안될 존재들"이라고 말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