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洸 < 한국외대 교수 / 前 보건복지부장관 > 온 나라가 부정과 비리의 도가니고 뇌물이 넘치다 못해 홍수다. 정경유착을 이야기하나, 어느 한 구석도 온전한 데가 없다. 업계와 관계(官界)는 말할 필요도 없이 교육계 언론계, 심지어 종교계까지 황금이요 힘이요, 정의요, 신이다. 오늘날 우리사회에서의 각종 혼란과 비리, 그리고 부정은 기본적으로 자본주의의 본질에 대한 이해의 부족과 자본주의를 뒷받침하는 사회질서, 즉 경기규칙에 대해 우리 국민 모두, 특히 지도층의 이해가 부족하고, 나아가 사회지도층의 자기성찰이 부족한데서 초래되는 것으로 판단된다. 자본주의의 경기규칙을 무시하고 자본주의를 하려는데서 모든 문제가 발생한다. 자본주의는 고도의 도덕성이 뒷받침되고 철저한 직업윤리가 확립될 때 꽃이 피는 나무다.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본질은 공정한 규칙에 의해 경기가 공평하게 치러지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경기에 관련된 당사자들을 역할별로 구분해 보면 경기참여자(선수) 경기진행자(심판) 경기관람자(관중, 그리고 경기보호자(사정기관) 등이 있다. 이들은 각기 경기가 공정하게 진행되게끔 할 의무가 있다. 특히 경기진행자와 경기보호자의 경우 더욱 그러하다. 경기와 경기규칙의 내용에 따라 상황을 분류해보면 첫째, 공정한 규칙으로 공정한 경기가 진행되는 경우 둘째, 규칙은 공정한데 경기가 불공정한 경우 셋째, 경기는 공정한데 규칙이 불공정한 경우 넷째, 경기와 규칙 모두 불공정한 경우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제도로서 공정한 경기규칙이 확립돼 있지 않으며 경기의 운영에 있어서도 공평하게 이루어지지않아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 엄격한 규칙이 없고 경기가 공평하게 운영되지 않다 보니 경기의 경과에 대해 당사자들이 승복을 하지 않으며 경기를 관전하는 관중은 경기에 흥미를 갖기는커녕 방관자로서 불평만 하고 있다. 선의의 경쟁과 자율을 원리로 하는 건실한 자본주의경제에서 생존.승리하는 자는 근면.성실.절약.신용의 덕목을 갖춘 사람이어야 하는데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떡과 떡고물을 주고받는 권력과의 결탁, 부동산투기로 불로소득을 얻고자 정신이 없는 졸부, 각종 인허가와 관련된 비리, 교통질서를 지키지 않아 초래되는 교통혼잡, 부정식품의 범람 등은 모두 기본질서, 즉 경기규칙을 지키지 않거나 경기규칙이 마련되지 않은데서 초래된다. 공정한 경기규칙의 마련과 이의 집행을 위해 지도자는 물론 우리사회 구성원 개개인의 의식에 있어서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스스로는 교통질서를 지키지 않으면서 정부에 교통질서의 확립을 요구하고, 깨끗한 정치를 바라면서 후보자에게 금품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는 남의 잘못, 정부의 잘못으로 탓하는 자기 모순적 행동과 사고에서 벗어나 자기성찰을 먼저 해야 한다. 정해진 경기규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것은 사회지도층에 오면 더하다. 사회질서를 법보다는 오히려 지도층의 노블리스 오블리제에 의해 유지된다. 우리의 지도층, 특히 정치인들은 대의(大義)를 버리고 소리(小利)를 추구해왔다. 특히 선출직 정치인들의 경우 당선되는 과정에서, 그리고 당선된 후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경기규칙을 예사로 위반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 국민의 심사를 뒤틀어 놓는 최근 비리의 압권은 각종 게이트 관련 대통령 세 아들의 비리와 지방자치단체장의 뇌물수수다. 대통령 아들들의 비리는 국민의 인내 수준을 넘는 것이 분명하지만 이를 규탄하는 야당과 여당인사들 면면 또한 우리를 슬프게한다. 상당수가 과거 비리에 연루되거나 잘못된 처신으로 지탄받았던 인물들로서, 이들은 남에게 돌을 던지기 전에 자기성찰을 먼저 해야한다. 자치단체장들의 뇌물수수는 3당 모두 관련이 돼 있는데 어느 당도 여태껏 사과명령 한번 내고 있지 않다. 지도자들더러 우리의 모범이 돼달라고 여구하지 않겠다. 내가 지은죄가 남이 지은 죄보다 적다라는 식으로 문제의 본질을 흐려서는 안된다. 자신이 떳떳함을 내세울 수 있는 자기성찰, 자기반성을 해야 돌아앉은 국민의 마음이 열리기 시작할 것이고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 choik01@chollia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