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식시장이 아시아에서 등락이 가장 심한 '냄비증시 현상'을 보이는 주요 원인은 연기금 등과 같은 장기투자자가 적기 때문이란 국제금융센터의 분석은 관심을 끈다. 외국인에 의해 증시가 좌우되고 있는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의견을 하향조정한 워버그증권의 보고서 한장에 지난 주말 증시가 송두리째 흔들린 것이 우리 증시의 현주소이고 보면 기관투자가 육성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절감하게 된다. 물론 장기투자자가 많다고 해서 주가의 안정성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경기의 진행속도나 투자자 성향 등 여러 가지 변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나친 주가등락은 경제운용마저 어렵게 한다는 측면에서 바람직스럽지 못하고, 기관투자가의 역할이 커질수록 증시가 안정성을 지니게 된다는 점에서 연기금의 주식투자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연기금의 투자비중은 0.4%로 미국의 40.0%,영국의 35.8%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자산운용에 대한 선택권을 연금 가입자가 갖는 미국과 단순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을 수 있겠으나 홍콩의 2.9%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은 연기금의 주식투자를 엄격히 제한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동안 연기금의 주식투자를 늘리기 위한 노력이 있었지만 아직 미흡한 편이다. 기획예산처가 지난해말 연기금 투자풀을 만들어 2조원의 자금을 모아 투신운용사 등에 위탁운용하고 있으나 주식투자 자금은 1천억원을 밑돈다. 국민연금도 중장기적으로 주식투자비중을 최고 30%까지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하나 80조원의 기금중 아직 2%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연기금의 주식투자가 이처럼 소극적인 까닭은 연기금기본법에서 원칙적으로 주식투자를 금지시키면서 기금운용계획에 반영시켜 승인을 받은 경우에만 투자가 가능토록 하는 현행제도에 있다고 하겠다. 물론 가입자, 즉 국민들의 재산이라고 할 수 있는 연기금의 여유자금을 안정적이고 보수적으로 운용해야 할 필요성은 충분하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법으로 금지하는 것은 지나친 처사다. 연기금 관리주체들의 자율적 판단에 따라 자산운용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본다. 연기금의 투자대상을 보다 다변화시키되 자산운용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면 주식 같은 위험자산에 대한 관리가 가능하리라 본다. 다만 증시부양을 위해 연기금을 강제 동원하는 사례가 있어선 안될 것이다. 세계적인 추세인 연기금의 주식투자 확대를 외면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