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北京) 과학기술 단지인 중관춘(中關村)에서 만난 자오커순(趙克順)씨.그는 '중관춘 속도'라는 말을 꺼냈다.


중관춘에서의 창업을 예로 들며 설명했다.


지난 1985년 미국 유학 길에 올랐던 자오씨는 올 초 베이징으로 돌아왔다.


미국에서의 사업 경험을 살려 IT업체를 운영해보고 싶었다.


그는 미국과는 달리 관료주의 성향이 강한 중국에서 어떻게 사업을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다.


자오씨는 유학생 창업을 지원해준다는 중관춘관리위 산하 해외유학창업센터를 방문했다.


그들에게 사업구상을 설명했고,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그로부터 5일 후.놀랄 만한 일이 벌어졌다.


창업 준비가 모두 끝났다는 회신이 온 것이다.


"창업 걱정은 기우였습니다.


미국보다 빨랐습니다.


창업센터가 사무실 선정,영업허가권,세금 등의 절차를 닷새만에 끝냈습니다.


이제 돈 버는 일만 남았습니다."


자오씨의 사례는 해외 고급두뇌를 끌어들이려는 중국당국의 열의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중관춘을 세계 최고 IT단지로 조성하겠다는 베이징 시정부의 의지도 엿보인다.


작년 중관춘에 새로 설립된 기업은 약 3천60개.휴일을 제외하면 하루 10개 이상의 기업이 새로 들어선 것이다.


이중 유학생들이 귀국해 설립한 '해외유학파'기업은 2백개가 넘는다.


약 3백50여명의 귀국 유학생들이 이 곳에 둥지를 틀었다.


그간 유학생 창업은 주로 IT분야에 국한됐다.


그러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과 함께 고급인재 수요가 늘면서 금융 유통 등 첨단 서비스산업 분야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최근 중국 언론에 '해귀조(海歸潮·해외 귀국 물결)'라는 신조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해귀조'물결을 가능하게 한 것이 바로 '중관춘 속도'다.


중국은 유학생들이 배운 선진학문과 기술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게 모두 60여개 '유학생 창업단지'를 설립,유학생들을 부르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최고의 보수와 근무환경을 제공하며 유학생 유치에 나서고 있다.


'중관춘 속도'는 해귀조 물결을 더욱 거세게 만들고 있다.


그 물결을 탄 해외 유학생들이 중국의 내일을 열어가고 있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