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술 소비량이 외환위기 이전 수준을 넘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가신용등급이 지난 3월 무디스로부터 'A3' 판정을 받아 외환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한데 비춰 '술소비'는 경제위기를 앞질러 극복한 셈이다. 12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지난해 20세 이상 성인 한 명이 맥주 1백19.7병, 위스키 1.4병(이상 5백㎖ 기준), 소주 79.2병, 약주.청주 4.62병(3백60㎖ 기준)을 마신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우리나라 술 소비량은 3백6만5천㎘로 2000년의 2백80만7천㎘에 비해 9.2% 늘었다. 최근 연도별 술 소비량을 보면 97년 2백84만㎘에서 외환위기 직후인 98년에는 2백56만㎘로 급감했으나 99년 2백77만㎘로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 위스키와 약주.청주 소비량 급증 =위스키는 지난 97년 외환위기 직후 소비량이 급격히 감소했다가 경기 회복으로 다시 소비가 급증하는 추세. 지난 97년 1인당 1.28병이었던 위스키 소비량은 98년 0.7병으로 급감했으나 지난해에는 1.43병으로 97년 수준을 넘어섰다. 재경부 관계자는 "증류주의 경우 러시아 등 동구권 국가들과 함께 세계 최대 소비 수준"이라고 말했다. 백세주 산사춘 군주 등이 경합을 벌이며 시장을 넓힌 약주와 청주는 지난해 5만6천㎘가 소비돼 97년 수준(4만6천㎘)을 훨씬 넘어섰다. 맥주는 98년 잠시 소비가 주춤했다가 이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반면 저가주인 소주는 97년 말 외환위기 이후 소비량이 늘어났다가 경기가 가장 좋았던 2000년에는 판매량이 급격히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 술 수입액은 98년 이후 지속 증가 =위스키 등 비싼 술이 많이 팔려 술 수입금액도 지난해 2억5천6백만달러로 97년보다 9.4%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주종별로는 스카치 위스키를 비롯한 위스키 수입이 2억달러로 가장 많았고 포도주 2천3백만달러, 브랜디와 코냑 1천3백만달러, 맥주는 1천2백만달러로 집계됐다. 여행자 휴대품으로 반입된 외국산 술까지 포함하면 술 수입액은 더 늘어난다. 스카치 위스키는 2000년에도 1억7천8백만달러어치가 수입돼 한국이 스페인 미국 프랑스에 이어 수입규모 세계 4위를 차지했다. 증가율만으로 보면 외국산 맥주의 소비가 가장 두드러졌다. 맥주 수입액은 지난 98년 1백만달러에 그쳤으나 99년 2백만달러, 2000년 5백만달러, 2001년 1천2백만달러로 매년 두배 이상씩 증가했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