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wbaek@ktb.co.kr 벤츠 600을 타고 다니는 노동자. 다들 노동을 하면서 살고 있으면서도 우리에게 노동자라는 용어는 여전히 블루칼라에게만 해당된다고 생각하는 탓에 벤츠 600과 노동자는 영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다. 거기에다 '모범노동자'라는 칭호까지 붙었다면. 매년 노동절을 맞아 중국에서는 '모범노동자'를 선정하고 있는데,올해 공산주의 정권 건국 후 처음으로 사영(私營)기업인 4명이 이에 선정됐다. 특히 이번에 선발된 저장성(浙江省)의 구두 생산회사 아오캉(奧康)그룹의 왕전타오(王振滔) 회장(37)이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인민폐 3만위안(약 5백만원)으로 시작해 고정자산 3억위안(약 5백억원)의 기업을 만든 그는 회사내에 당이나 공산주의청년단 지부도 두지 않은,말 그대로 자본주의형 기업가다. 왕 회장은 선발 직후 사영기업인으로서 중국내에 몇 대뿐인 최고급 벤츠 600을 타고 다니는 자기가 모범노동자로 선발될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우리는 흔히 노동자의 반대말에 부자라는 단어를 대립시켜 놓는다. 노동자는 항상 가난해야만 하고 부자는 노동을 영위해 삶을 살지 않아도 된다는 뜻은 분명 아닐터인데 실상은 그런 논리 속에서 살고 있다. 고(故) 정주영 회장이 지난 82년 조지 워싱턴대학의 명예경영학박사 학위를 취득할 때 "나를 세계적인 대기업을 경영하는 한국인으로 평가하는지 모르지만,나는 자본가라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나는 부유한 노동자일 뿐이다"라고 했던 말은 노동자의 모습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를 제공했다. 그리고 20년이 지났지만 우리의 인식은 여전히 노동자와 부(富)의 관계는 평행선이라는 생각 속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한 것 같다. 이런 생각 속에는 부를 축적하는 과정을 평가함에 있어 정당한 방법을 통해 이뤄졌다는 것보다는 검은 뒷거래로 형성되었거나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답안을 내버리는 고정관념이 자리잡고 있다. 월급쟁이로는 결코 성공하지 못한다는 직장인들의 푸념은 우리 사회의 희망과도 관련된 문제다. 디지털 혁명은 생산수단 독점의 문제를 타파했고 왜곡되지 않은 부의 축적이 가능하다는 '희망'을 안겨줬다. '부'라는 것은 유·무형의 '노동'을 통해 형성되는 가치의 증대다. 따라서 일하는 자 중에 노동자가 아닌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부유한 노동자가 많이 나올 때 이 땅의 수많은 노동자들은 희망을 걸 수 있다. 벤츠 600을 타고 다니는 노동자가 사람들이 보내는 박수를 받으며 자신의 성공담을 기꺼이 나눌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