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보험료를 올린 보험사들이 대규모 흑자를 거둔 것으로 드러나면서 '바가지 보험료' 시비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생보사들이 보험료 인상을 강행했던 이유는 금리하락에 따른 역마진이었다. 이에 따라 상품별로 차이는 있지만 종신보험 등 주력 상품의 평균 보험료를 30~40%나 끌어올렸다. 거푸 보험료를 올리고 수익을 냈으니 계약자 입장에서는 바가지를 썼다는 느낌이 들 수 있다. 일각에서는 생보사가 지나친 엄살을 떨면서 금리 위험(Risk)을 고객에 떠넘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과만 보면 틀리지 않은 지적이다. 그러나 미래에 원가가 확정되는 보험의 특성을 고려하면 굳이 보험사만 탓할 이유가 없다. 보험료는 위험률 금리전망 사업비 등을 고루 따져 결정된다. 감독당국의 꼼꼼한 검증도 거친다. 작년의 보험료 인상은 금리 하락세를 반영한 조치였다. 금리가 떨어지면 자산운용의 수익이 준다. 보험사가 고객과 약속한 보험금을 내주려면 보험료를 더 받을 수밖에 없다. 시중 실세금리가 떨어지면 은행이 예금금리를 낮추는 원리와 같다. 보험료 인상을 두고 왈가왈부가 없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보험료 인상으로 보험사들은 역마진에 따른 부담을 어느 정도 덜수 있었다. 예정 이율을 낮추면 결과적으로 책임준비금 부담 금리가 점차 떨어지기 때문이다. 때마침 주식시장이 살아난 것도 큰 힘이 됐다. 그렇다고 역마진 현상이 근본적으로 해소된 것은 아니다. 삼성 교보 대한생명 등 대형 생보사들은 여전히 자산운용에서 이차손을 보고 있다. 보유자산의 운용기간이 긴만큼 금리가 떨어지면 보험사들은 또 다시 역마진 늪에 빠질 수 있다. 역마진에 따른 손실을 메우려고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한 것도 잘 한 일이다. 사업비라도 아껴서 어떻게든 흑자를 내려는 보험사들의 경영노력은 인정할만 하다. 굳이 따진다면 사차익 (예상보다 위험률이 낮아 생기는 이익)을 문제삼을 수 있다. 최근 들어 무배당상품만 파는 현실이고 보면 더욱 그렇다. 고객에게 불리한 위험률을 적용했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내년부터 새 경험생명표를 적용하면 어느 정도 풀릴 문제지만 보험사는 사차익으로 큰 돈을 벌 생각을 해서는 안된다. 보험사도 자산운용회사다. 그렇다면 효율적인 자산운용으로 돈을 벌어야 당당할 수 있다. 대형 생보사들이 작년에 대규모 흑자를 냈다지만 미국 생보사들의 평균 총자산 이익률(ROA)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다행스럽게도 보험사들이 자산운용의 중요성을 깨닫기 시작했다. 그런 만큼 자산운용의 효율성이 높아지는 등 보험사 체질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 iklee@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