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AC의 한국시장 입성은 GM이 대우차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예정된 수순"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GMAC의 진출작업이 업계의 예상을 뛰어넘는 속도로 진행되는데다 GM의 내수시장 전략 또한 공격적이어서 관련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GMAC의 총 자산 규모는 국내 메이저 할부금융사에 비해 50배나 크다. 자금 조달여건도 훨씬 우위에 있다. 국내 금융시장이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조달금리 격차가 아직 그리 크진 않지만 금리가 올라갈 경우 GMAC의 시장 파괴력은 배가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GMAC이 시장 진입 초기에 기선 제압을 위해 "출혈 경쟁"에 나설 경우 국내 자동차 소비자금융은 뿌리째 흔들릴 수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 때문에 현대자동차는 GMAC의 진출에 신경을 공두세우고 있다. 현대캐피탈을 앞세워 자동차금융 부문을 강화하고 있는 와중에 세계 최대 자동차금융회사와 맞닥뜨렸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GMAC이 할부금융 금리를 얼마로 할 지가 관심사"라고 말했다. GMAC은 어떤 회사=한마디로 GM그룹의 "캐쉬 카우"다. 지난 1.4분기에 4억3천9백만달러의 순이익을 올려 GM그룹 전체 순이익의 55.5%를 차지했다. 잭 스미스 GM회장은 최근 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GMAC이 그룹의 순익증가에 막대한 기여를 했다"고 언급했다. 미국 델라웨어주 월밍턴에 본사가 있으며 사업영역은 소비자금융 도매금융 대출리스 상업금융 보험 주택금융 등 6가지다. GM차 딜러나 부품공급업체,고객 등에게 다양한 형태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여신의 경우 고객을 직접 상대하지 않고 딜러를 통해 서비스를 전개하고 있다. 부품공급업체와 관계사에는 부동산 매입,기계장비 구입,운전자금에 필요한 금융도 제공한다. 현대차의 대응전략=현대자동차는 GMAC의 진출과 상관없이 기존의 금융사업 강화 전략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차는 세계시장에서 GM등과의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제조업의 경쟁력을 뒷받침해주는 금융사업 강화가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자동차 관련 금융사업을 통해 얻는 수익이 차량 판매에서 거둬들이는 수입보다 훨씬 클 뿐 아니라 시장에서 소비자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는데도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금융사업을 활용하면 경기변동에 관계없이 경영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에 따라 금융 부문을 자동차와 철강에 이어 그룹의 세번째 주력사업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단순 자동차 제조회사에서 금융 보험 등 각종 자동차 관련 부가서비스를 제공하는 종합서비스 회사로 변신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향후 현대캐피탈을 금융부문 지주회사로 육성,전반적 금융서비스 사업을 펼침으로써 자동차 소매금융 뿐 아니라 현대차 그룹 각 계열사와 협력업체의 모든 기업금융 결제까지 하나로 묶을 방침이다. 현대캐피탈은 우선 기존의 신차.중고차 구입 할부금융으로만 제한했던 서비스를 자동차 구입에서부터 유지 보수까지 하나로 묶어 현대차를 이용하는 모든 고객에 대한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특히 대출전용카드인 "드림론패스"를 사용하면 차량구입 대금에 따라 결제한도를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한편 각종 부품구입 정비서비스료 등에도 할일혜택을 부여해 카드사용을 유도할 방침이다. 현대캐피탈은 올해 이 카드의 취급액을 4조원까지 늘릴 계획이다. 기업 부문에서도 현대.기아차,현대모비스 등이 협력업체 부품대금을 결제할 때 종전의 어음대신 구매전용카드로 결제토록 함으로써 그룹의 모든 기업간 금융결제를 사실상 현대캐피탈로 통합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이와 함께 현대캐피탈은 조만간 미국 또는 유럽에 현지 할부금융회사를 독자적으로 설립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해외 자동차 메이커들의 국내시장 진출에 맞서 현지 판매법인을 세운 것처럼 해외 할부금융회사를 통해 현지 자동차판매를 확대함으로써 "맞불"을 놓겠다는 전략이다. 기업금융의 경우 인터넷 중고차 경매 사이트인 오토에버닷컴과 연계,경매업체들에게 자동차 인수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밖에 중소업체에 법인용 차량을 빌려주는 자동차 리스서비스도 강화할 계획이다. 조일훈 최철규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