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이 5.8%(GDP 기준)로 발표된 지난 26일 많은 경제학자들은 고개를 숙였다.


불과 2∼3개월 전까지만 해도 미국 경제가 그렇게 강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한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다.


바로 전날 워싱턴 내셔널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경제전망 토론회에서도 경제전망이 얼마나 엉터리인지에 대한 자기반성이 쏟아졌다.


참석자들은 하루 뒤 발표될 1분기 성장률수치를 짐작한 듯 2∼3개월전에 내놓았던 잘못된 전망치에 대한 고해성사부터 시작했다.


취리히금융그룹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데이비드 헤일이 먼저 경제전망의 한계를 토로했다.


"지금부터 3개월 전 미국 경제가 이렇게 강하게 반등할 것으로 본 전문가는 없었습니다.


1월에 50명의 이코노미스트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당시 가장 낙관적인 이코노미스트 그룹이 3% 성장을 예상했고 비관적인 그룹은 마이너스 1.3%까지 봤을 정도입니다."


5.8%까지 높아질 성장률을 불과 3개월전에 마이너스 1.3%로 점친 이코노미스트들이 있을 만큼 경제예측이 어려웠다는 얘기다.


9·11테러 참사 직후 당대의 경제학자로 통하는 폴 크루그만 교수와 제프리 삭스 교수가 경제전망을 놓고 격론을 벌인 적이 있다.


당시는 전세계가 테러참사의 충격에 빠져있을 때였다.


크루그만은 미국 경제가 곧바로 테러의 충격을 딛고 일어설 것이라며 상당히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삭스는 미국 경제는 상당기간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향방에 따라 타격은 상상을 초월할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경제상황으로만 보면 삭스가 판정패했다고 볼수 있다.


미국 경제는 작년 3분기만 마이너스 성장을 보인후 4분기에는 1.7%로 회복된후 올 1분기엔 숫자상으론 호황이라고 할 만큼 좋아졌기 때문이다.


경제전망은 기업인이나 증권투자자 등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끄는 뉴스다.


하지만 수많은 전망이 이처럼 현실과 동떨어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경제 전망이란 어차피 틀리게 돼 있다"라는 말은 미국이라고 예외가 아닌 듯 하다.


워싱턴=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