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북 강경책이 북한의 태도를 변화시켰다."


최성홍 외교통상부 장관이 지난 18일 방미 중 미국의 유력일간지 워싱턴 포스트의 논설위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이 신문의 프레드 하이야트 논설실장이 칼럼을 통해 밝혔다.


하이야트 실장은 이 글에서 "북한을 악의 축이라고 규정한 부시 행정부의 강경책이 일정한 과실을 맺을 수 있다는 말을 부시행정부나 미국 강경파들로부터가 아니라 (강경책으로 인해)표면상 미국과의 관계가 훼손된 듯한 동맹국으로부터 들었다는 것이 특히 흥미롭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보도로 파문이 일자 외교부 당국자들은 당혹스런 표정이었다.


최 장관의 미국방문을 수행했던 한 당국자는 "논설위원들과의 대화 방식이 배경설명 형태의 '라운드 테이블'이라서 보도되지 않을 것으로 알았다"고 해명했다.


그는 "최 장관은 이런 분위기여서 무려 1시간30여분간 한·미,북·미 문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말했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워싱턴 포스트가 전체 맥락을 이해하지 않고 특정부분만을 따로 떼내 강조해 최 장관의 발언의도를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최 장관이 책임을 회피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우선 이들 언론인들과 명확하게 '비보도'라는 전제조건을 제시하지 않은 경솔함에다 지나치게 입이 가벼웠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가 최 장관의 진의를 잘못 파악했다고 하더라도 외국언론에 오해의 소지가 많은 내용을 국내 언론보다 더욱 실감나게 발언한 의도가 무엇인지도 의문이다.


더 큰 문제는 이같은 발언이 미국의 유력일간지에 보도돼 향후 남·북,북·미 관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교착상태에 빠졌던 북·미 관계는 이달초 임동원 대북 특사의 방북 이후 겨우 대화 재개를 위한 실마리를 찾았다.


남북한은 이달말 이산가족 상봉에서부터 내달 경제협력추진위원회 개최 등 줄줄이 중요한 행사를 갖게 된다.


최 장관의 신중하지 못한 발언이 한반도를 둘러싸고 모처럼 형성된 대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걱정이다.


홍영식 정치부 기자 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