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매각 양해각서가 체결되었다고 한다. 어떻게 보더라도 만족할 만한 내용은 아닌 것 같다. "이런 정도라면 차라리 독자생존이 낫다"는 볼멘소리가 채권단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고 하이닉스 내부에서조차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오는 모양이다. 양해각서 내용이 모두 공개된 것이 아니어서 가격의 적정성이나 매각방식의 타당성에 대해 섣불리 결론지을 일은 아닐지 모르겠다. 그러나 드러난 내용만으로도 이번 협상은 지나치게 서두른 결과 상대의 요구를 무조건적으로 수용한,다시 말해 백기(白旗)를 들고 만 협상이라는 지적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매각대금 문제만 해도 그렇다. 현금이 아닌 주식을 받기로 한 것까지는 양해한다 하더라도 신주발행에 따른 희석효과를 감안하면 매각대금은 당초의 40억달러는 물론 30억달러 이하 수준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매각대금을 30억달러로 계산하더라도 이중 10억달러가 미국 현지법인 차입금으로 상계되고 다시 10억달러는 소액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자금으로 선투입된다. 여기에 하이닉스 잔존법인에 대한 출자지분과 상거래 채권 정리 등을 감안하면 채권단이 손에 쥘 수 있는 금액은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올 정도라고 한다. 더욱이 채권단이 마이크론 주식을 처분하는 것조차 임의로 결정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니 누가 보더라도 정상적인 정산 절차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또 국내채권단이 새로 15억달러를 빌려주기로 했다지만 이에 대해 누가 어떤 방식으로 상환을 책임질 것인지도 명확하지 않다. 서울보증보험이 신규자금에 대해 지급보증을 서주기로 했다는 풍문이 나돌고 있는 것은 더욱 주목할 대목이다. 사실이 그렇다면 이는 결코 가벼이 볼 사안이 아니다. 서울보증보험이 공적자금을 지원받고 있다는 점도 그렇지만 종자돈에 대해서까지 한국측이 책임을 지기로 했다면 이는 매우 우스운 꼴이 되고 만다. 물론 채권단 회의와 주총을 거쳐야 하는 등 본계약까지는 많은 절차가 남아있긴 하다. 그러나 당장 드러난 문제 만으로도 "이런 조건이라면 곤란하다"는 채권단 일각의 반발은 충분히 일리가 있다고 하겠다. 양해각서까지 체결한 지금에 와서 기본 골격을 다시 흔들 수는 없다 하더라도 단순히 '매각을 위한 매각'에 집착해 과도한 저자세를 보이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당국은 충분히 감안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