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26일 서울 여의도 KBS 공개홀. 2천여명이 모인 가운데 신한은행 '종합업적평가대회'가 열렸다. 평가대회의 하이라이트는 2001년 대상 시상식. 대상 수상자인 홍현상 시화공단 지점장이 호명되자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 대상을 받은 홍 지점장에게는 부부동반 유럽여행이라는 부상이 주어졌다. 시화공단지점 직원 전원에게도 1백%의 특별상여금이 지급됐다. 홍 지점장은 그 후 격이 몇단계 위인 남동공단 지점장으로 영전했다. 이처럼 은행 지점장은 여전히 '은행원의 꽃'으로 떠받들어진다. 본점은 후선 부서일 뿐 일선에서 실제 고객을 상대하고 돈을 벌어오는 사람은 다름아닌 지점장이기 때문이다. 모든 은행이 업적평가대회 등을 성대하게 치르고 성과가 좋은 지점장을 우대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지점장이라고 해도 다같은 지점장은 아니다. 지점장에도 격이 있다. 비록 이익과 은행기여도가 지점장의 중요한 평가기준으로 자리잡았다고는 해도 여전히 '지점장 중의 지점장'이 존재하는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달라진 게 있다면 이른바 '특군 점포'의 개념이 달라졌다는 것. 외환위기 전만해도 조흥은행의 반도지점과 법조타운지점(법원 거래), 제일은행의 남산지점(대우그룹 거래), 서울은행의 서소문지점과 소공동지점, 외환은행의 남대문지점과 계동지점(현대그룹 거래), 옛 한일은행의 삼성지점(삼성그룹 거래), 옛 상업은행의 태평로지점(서울시 거래) 등이 특군 점포로 꼽혔다. 대부분 은행의 4대문안 지점장도 '지점장중 지점장'으로 불렸다. 이들 점포 지점장에서 곧바로 임원이 되는 경우도 많았다. 박준환 전 외환은행 전무는 계동지점장에서 바로 이사가 됐고, 손홍균 전 서울은행장도 명동지점장에서 곧바로 '별'을 달았다. 신한은행 이인호 행장도 명동지점장을 지낸 뒤 이사대우 영업부장으로 승진했다. 그러나 이들 옛 특군 점포의 명성은 상당히 퇴색했다. 은행들의 지점관리가 변화하고 시중자금이 강남과 여의도로 빠져 나가면서 서울 강남 및 여의도, 경기 분당, 중소기업이 밀집한 남동공단지점 등이 이른바 '뜨는 점포'로 급부상하고 있다. 한빛은행은 전국 지점을 지점환경 및 조건에 따라 25개 그룹으로 분류하고 있다. 작년 하반기 지점평가 결과 각 그룹에서 1위를 차지한 지점중 양재동 테크노마트 삼풍 압구정역 잠실남 양재북 방배동지점 등 7개가 서울 강남에 위치한 점포였다. 남동공단지점도 같은 그룹내 18개 지점중 1위를 차지했다. 신한은행도 비슷하다. 신한은행은 개인고객점포를 11개 그룹으로 나누고 있다. 이중 여의도 논현동 서여의도 강남중앙 영동 방배동 등 6개의 서울 강남과 여의도지역 점포가 그룹내 선두를 달리고 있다. 중소기업고객 점포 중에서도 영동 논현동 학동 역삼동 테헤란로 강남중앙지점이 두드러진 실적을 나타내고 있다. '은행원의 꽃'이라는 지점장. 비록 그 위상이 많이 약해졌지만 특군 점포를 향한 그들의 노력은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게 없다. 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