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16일(현지시간) 미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에서 현지공장 설립을 위한 기공식을 갖고 도요타, 혼다, BMW 등 일본.유럽업체에 이어 `자동차의 메카' 미국 입성을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 지난 86-89년 4억달러 이상을 투입, 캐나다에 10만대 생산규모의 브로몽 공장을설립했으나 판매 부진으로 지난 95년 문을 닫아야 했던 현대차로서는 해외진출의 성공 여부를 또한번 시험받게 된 것. 또 해외생산 비중이 1%로 세계 10대 메이커의 30% 안팎보다 턱없이 낮은 상황에서 미국공장은 현대차가 앞으로 세울 유럽 및 중국공장 등과 함께 `로컬 메이커'의한계를 극복하고 2010년 세계 5대 메이커로 올라설 수 있을지 판가름하는 시금석이될 것으로 보인다. 동원경제연구소 송상훈 수석연구원은 "항상 세계 자동차 업계에서 `2류'로 분류돼 왔던 현대.기아차그룹이 `1류'로 상승하기 위해서는 생산기지를 글로벌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현대차가 자동차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현지화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현대차가 캐나다에서 실패했던 이유는 당연히 판매 부진 때문. 송 연구원은 "당시 도요타, 혼다 등 일본 업체들이 북미시장에서 캠리나 어코드등 승용차에 치중한 상태에서 현대차도 등급이 유사한 쏘나타로 승부하는 바람에 좌절을 겪었다"고 분석했다. 차종 선택, 즉 얼마나 많이 팔릴 차를 생산하느냐가 성패의 절반이라는 것. 그는 "일본업체들이 승용차보다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에 주력하고 있는 점은NF(뉴EF쏘나타 후속)를 생산할 현대차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점쳐지고 싼타페도미국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만큼 후속모델도 잘 팔릴 것"이라며 "그 이후 모델 선택에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 연구원은 또 "현대차가 미국공장을 갖겠다는 것은 그동안 누려왔던 원화절하와 낮은 인건비 효과, 즉 가격경쟁력을 일부 포기한다는 뜻"이라며 "현지공장에서는경쟁 차종과 가격격차를 만들어내는 일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차의 미국 판매가격이 경쟁차종에 비해 20% 가량 낮고 현재의 브랜드 가치로는 공장이 가동되는 3-4년내에 가격을 그만큼 올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남은 기간얼마나 브랜드 가치를 높여 `제 값'을 받느냐도 성공 여부를 가름하는 중요한 관건이 될 전망이다. 판매량을 확보하려면 월 1만대 판매 차종을 현재의 아반떼XD 정도에서 뉴EF쏘나타 등 가능한 여러 모델로 늘려놔야 하는 것도 숙제. 손종원 굿모닝증권 수석연구원은 "단순히 월 1만대 팔리는 모델을 2개 보유한다면 연간 24만대 판매가 가능하고 현대차가 계획중인 30만대 생산체제에서 80% 이상의 가동률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현대모비스 등 현지에 동반 진출할 국내 부품업체들이 납품 물량과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도 수반돼야 한다. 기공식에 참석한 한 협력업체 사장은 "일본 부품업체들도 완성차 업체가 미국에진출한 초기 몇 년 간은 엄청난 시련을 겪었다"고 말했다. 이밖에 국내 공장의 미국 수출 물량이 현지공장 설립으로 빠져나가고 미 제너럴모터스(GM)의 진출에 따른 국내 시장점유율 하락으로 생길 수도 있는 공장가동률 저하도 현대차가 극복해야 할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몽고메리=연합뉴스) 강의영기자 keykey@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