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보채 차환발행에 대한 정부 보증동의안 처리를 둘러싸고 여야가 벌이고 있는 첨예한 대립은 이제 도를 넘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정부가 금년도 만기도래 예보채 4조5천억원에 대해 차환발행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한 것이 지난해 11월이니 벌써 5개월이 지났건만 관련 상임위인 재경위도 통과하지 못한채 여야 정쟁의 빌미 하나만을 제공하고 있을 뿐이다. 민주당은 국가신인도 제고 등을 위해 동의안을 조속히 처리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한나라당은 이미 투입된 공적자금에 대한 국정조사부터 실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한나라당은 최근 김대중 대통령의 세 아들 비리의혹에 대한 특검제 도입과 예보채 보증동의안 처리를 연계시키기로 했다니 동의안의 이번 회기내 처리는 물건너 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도 든다. 이에 그치지 않고 야당은 공적자금 문제를 선거쟁점화 할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어 정치논리에 밀려 공적자금 운영이 상당한 차질을 빚게 될지도 모를 판이다. 지난 3월만기였던 5천억원의 예보채는 다행히 예금보험공사에서 자체 자금으로 해결해 당장의 채무불이행은 면했다고 하지만 계속 차환발행이 안될 경우 오는 6월과 9월에 각각 돌아오는 3천6백60억원과 12월에 만기가 되는 3조2천9백40억원은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것인지 답답한 노릇이다. 문제가 이처럼 꼬이게 된 데는 물론 야당의 정치쟁점화 전략에 큰 원인이 있다고 하겠지만 한사코 공적자금에 대한 국정조사를 거부하는 여당의 무책임한 태도도 한 몫을 하고 있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이미 감사원 감사에서도 지적됐듯이 공적자금의 사용을 둘러싸고 온갖 의혹과 모럴해저드가 빚어지고 있다면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국정조사에 나서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야당이 이미 IMF 경제위기 극복과정에서 동의했던 사안을 아무 관련도 없는 권력형 비리의혹과 연계시켜 정치공세를 펴는 것은 떳떳지 못한 일이다. 현실적으로 공적자금의 차환발행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야당이 끝내 동의안 처리를 지연시킨다면 예보채의 무보증채 전환과 강제인수 등의 편법이 동원될 수밖에 없어 국민들에게 추가적인 금리부담을 안기는 것은 물론 또다시 금융시장의 혼란과 국가신인도 저하를 초래해 모처럼 살아나고 있는 경제에 찬물을 끼얹을 게 뻔하다. 여야는 대선후보 경선 등 정치일정에만 신경을 쓸 게 아니라 이번 회기내에 예보채 보증 동의안을 처리할 수 있도록 즉각 협의에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