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부가 오는 2004년부터 신용카드사의 현금서비스와 카드대출을 합친 업무비중을 50% 이하로 줄이도록 하는 내용의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해 올 하반기부터 시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는 무분별한 신용카드 사용으로 인한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로서 그 취지는 충분히 납득할 만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정책당국이 카드사의 영업행위를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카드업계와 금융시장에 충격을 주는 것은 물론이고 신용사회 정착에도 역행하는 지나친 행정규제라고 본다. 불과 몇년 사이에 카드이용이 엄청나게 늘어나면서 일부 걱정되는 측면이 있는 건 사실이다. 당장 문제가 되고 있는 현금서비스 축소만 해도 그렇다. 지난 2월말 현재 1천만원 이상의 현금서비스를 받은 이용자 수가 53만명이 넘고 이들중 상당수가 여러장의 신용카드를 이용해 이른바 '돌려 막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를 방치할 경우 자칫 개인파산과 신용불량자 양산사태를 불러올 수도 있기 때문에 금융당국이 어떤 식으로든 시정조치를 취해야 겠다고 나서는 것도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시정을 한다고 해도 무조건 2004년까지 현금서비스와 카드대출 비중을 50% 이하로 줄이라는 건 무리이며 바람직하지도 않다. 현재 이 비중이 57.6%까지 치솟은 까닭은 지난 99년 4월 당시 70만원이던 현금서비스 한도가 철폐됨에 따라 그동안 고금리 사채에 의존해오던 잠재수요가 일시에 가시화 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이같은 시장상황을 충분히 감안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현금서비스나 카드대출을 규제할 경우 이들 서민들을 다시 고금리 사채에 의존하도록 내모는 사태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이는 그동안 신용거래를 장려해온 정책에도 어긋나며 결과적으로 소비자의 금융이용 권리를 일방적으로 제한하는 것으로 시장자율 원리에도 맞지 않는다. 물론 부모의 동의없이 미성년자에게 신용카드를 남발하거나 연체료율 등을 지나치게 높게 설정하고 각종 수수료율을 담합하는 행위 등은 법과 상식에도 어긋나는 일로서 규제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대규모 연체사태를 예방하고 지나친 폭리를 억제할 목적이라면 카드사의 자산 건전성을 철저히 감독하는 동시에 카드요율 등에 대한 정보공시를 강화하는 조치로 충분하다고 본다. 그렇지 않고 카드대출 비중을 50% 이하로 제한하는 조치는 이렇다 할 근거도 없을 뿐 아니라 지나친 행정편의적 규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